서울시 중구 청계2가 베를린광장에 있는 베를린장벽(높이 3.5m, 폭 3.6m)이 지난 8일 한 화가의 낙서로 훼손됐다. 이곳의 베를린장벽 3점은 독일 베를린에 있던 실제 장벽이다. 지난 2005년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아 베를린시에서 서울시에 기증했다. 무분별한 자기표현 행위로 역사적 상징물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5년 서울 중구 청계2가 베를린광장에 옛 서독 시민들의 통일 염원이 새겨진 베를린 장벽이 세워져 있다(왼쪽 사진). 당시 독일 베를린시는 우리나라의 통일을 기원하며 장벽을 서울시에 기증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8일 한 화가가 낙서로 훼손한 베를린 장벽의 모습. 화가의 페인트칠로 원래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의 낙서는 낙서 화가(그라피티 아티스트, graffiti artist)인 정태용(28)씨가 지난 8일 오후 그려 넣었다. 정씨는 장벽의 양쪽 면에 페인트칠을 하고 자신이 세운 브랜드 이름을 써넣었다. 장벽 양면 중 서베를린을 향해 있던 면은 통일을 염원하는 그림과 낙서로 가득했고, 동베를린 쪽 면은 낙서 없이 깨끗했다. 동독이 자국민의 탈주를 막기 위해 접근을 막았기 때문이다. 양면의 다른 모습은 분단 상황을 드러내는 역사적 증거로 여겨졌다.

장벽 훼손 사실은 정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정씨는 낙서한 장벽 앞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과 함께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메시지'라는 문구를 올렸다. 정씨의 낙서를 본 시민들은 "예술을 가장한 문화재 훼손 범죄"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남대문 방화범에 버금가는 문화재 훼손범"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정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탈퇴했다.

장벽은 중구청이 관리하는 공용 시설이다. 공용물파괴죄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재물손괴죄로 처벌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중구청은 11일 베를린장벽 현장을 확인 후 경찰에 신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