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철원

"룸살롱은 합법이고 호스트바는 불법인 거 아시나요?"

한 페미니스트 사이트에 최근 이런 글이 올라왔다.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남성이 유흥을 즐기러 가는 룸살롱은 합법이지만, 여성이 남성 접대부가 있는 호스트바에 가면 불법이라는 것. 정말일까.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해 말 '여성 성매매도 조사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업소 여성 말고도 직장을 다니는 여성이나 전업주부들 사이에서 여성 전용 호스트바에 다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의 대책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호스트바는 정말 일반 대중으로도 확산된 것일까.

#1. 20대 후반 여성 직장인 A씨는 최근 결혼을 앞둔 친한 언니가 초대한 '처녀 파티'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우아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할리우드 영화 속 '브라이덜 샤워(신부 친구들이 선물을 전달하는 파티)'처럼 할 것이라고 상상했는데 '호스트바'였던 것이다. 방으로 들어가니 남성 접대부들이 영화 '비스티보이즈'처럼 줄지어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같이 간 친구들은 이들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했다. 이후 다 같이 술을 마시고 스킨십을 하며 노래 부르고 춤추며 시간을 보냈다. 그는 "외국에서 총각 파티를 할 때 스트립걸을 부른다는 말은 들었어도 국내에서 처녀 파티를 열어 남성 접대부를 부를 줄은 몰랐다"며 "최신 트렌드라는 말에 더 놀랐다"고 말했다.

#2. 개인 의류 사업을 하는 30대 초반 여성 B씨는 일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 '생일 파티'를 한다고 해서 초대받아 갔다가 도망쳐 나왔다. 도착한 곳이 서울 청담동에 있는 고급 호스트바였기 때문이다. 그는 "일하면서 만났을 땐 다들 집안 좋고 학벌·경력 좋은 친구들이다. 호스트바를 자주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대중화된 호스트바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호스트바란 일부 '돈 많은 사모님'들이 남편 출근시켜 놓고 젊은 남자들 만나러 가거나, 술집에서 근무하는 여성 접대부들이 거꾸로 고객이 돼 유흥을 즐기러 가는 곳으로 인식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20~30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호스트바가 대중화되고 있다.

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최근 호스트바의 핵심 고객은 애널리스트나 변호사 같은 고액 연봉 여성 직장인, 의류 등을 판매하는 개인 사업가, 연예인, 재벌가 딸 등이다. 호스트바 관계자는 "처녀 파티나 생일 파티를 하기 위해, 혹은 여성 직원이 많은 직장에서 회식할 때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호스트바가 대중화된 이유로 업계에서는 ▲과거보다 저렴해진 가격 ▲중개 사이트의 등장 ▲남보도(손님이 부르는 곳으로 남성 접대부들이 가는 것)의 활성화를 꼽고 있다. 한 호스트바 중개 사이트 앱의 경우, 다운로드 수가 이미 1만 회를 넘었다. 한 호스트바 관계자는 "여성 고객들은 남성 고객들과 달리 정보 사이트로 후기 등을 꼼꼼히 검색한 후 오는 경우가 많다"며 "알음알음 찾아가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이나 앱을 통해 예약되다 보니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큰 호스트바 정보 사이트는 '올○○○'로, 이곳에 등록된 호스트바만 모두 73개에 이른다.

호스트바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가장 고급 룸살롱 개념인 '정빠(정통 호스트바)'부터 퍼블릭, 디빠(일반적인 호스트바), 남보도 등이다. 여기에 최근 정빠보다 '선수'들의 수준과 가격이 더 높은 정가(정가라오케)도 생겼다. 게이 손님도 받는 중빠(남녀 손님을 같이 받는 곳), 아빠방(퇴물이 된 30~40대 선수들이 있는 곳)도 있다. 정빠는 강남 청담에 3곳, 부산 해운대에 2곳이 성업 중이다.

호스트바 비용은 '기본 술값 + TC(테이블차지) + 팁' 등으로 구성된다. 가격은 가장 비싼 정빠의 경우, 과거엔 기본 양주 세팅 가격이 130만원에서 시작했으나 최근엔 80만원으로 낮아졌다. 양주 한 병씩 추가할 때 가격은 30만원, 남성 접대부들에게 주는 TC는 10만원부터 시작한다. 팁은 기분에 따라 제각각이나 10만~100만원 선이다.

일반적인 호빠인 디빠의 경우에는 기본 세팅이 원래 30만원부터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10만~20만원부터 시작하는 곳이 많아졌다. 접대부들에게 주는 TC도 시간당 3만~4만원, 팁은 3만~10만원 선이다. 일반 호스트바는 역삼·선릉 쪽에 분포돼 있고 강남역 부근에는 가라오케에 파견 가는 남보도 형태가 가장 많다. 외모로 보면 정빠는 30대 영화배우 같은 분위기, 퍼블릭이나 디빠는 남자 아이돌 같은 분위기이며, 옷은 명품을 휘감은 패셔니스타보다 대학생 선배 같은 '훈남' 스타일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너무 화려하지 않은 단정하고 깔끔한 스타일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호스트바 고객들이 과거보다 젊어지면서 접대부를 희망하는 남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인생의 마지막에서 돈을 벌기 위해 이 세계로 들어왔다면, 지금은 돈도 벌면서 여성들과 즐기고 싶어 오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현직 호스트로 최근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 TV에 출연한 태수씨는 방송에서 "주변 선수 중에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나 일반 직장인, 모델, 트레이너도 있다"고 말했다.

호스트바는 100% 불법

남성 접대부들의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에이스급일 경우 한 달에 1000만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TV에 출연한 현직 호스트 태수의 경우 지난해 11월에 9일만 일하고 300만원 넘게 벌었다고 한다. 현재 35세인 그는 지난해부터 호스트 생활을 시작했고 업소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다.

그러나 정작 목돈을 벌고 나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큰 현금을 손에 쥐다 보면 그만큼 씀씀이가 커진다"며 "쉬는 시간에 도박하다가 날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많다. 기본적으로 남성 접대부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시작부터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다. 감정 노동도 극심하다. 여성 손님의 경우 스킨십 외에 감정 교류를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 한 남성 접대부는 "과도한 감정 교류를 바라는 사람들을 우리 용어로 '로진(로맨스 진상)'이라 한다"며 "이들이 주는 팁은 다 받지 않고 일부는 반납해 화근을 줄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호스트바가 대중화되고 있지만 국내법상 호스트바는 모두 불법이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22조는 유흥 종사자를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로 규정하고 있다. 법이 만들어진 1960년대에 접대부는 곧 여성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시민단체들은 1999년부터 꾸준히 개정을 시도해왔지만 계속 무산됐다. 법령 속 성차별적 요소를 없애려면 여성 접대부도 불법으로 만들든지 남성 접대부를 합법화하든지 해야 한다. 여성 접대부의 직업을 빼앗는 것은 반대에 부딪혔다. 남성 접대부를 합법화하는 것도 호스트바를 장려한다는 비판에 가로막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법 개정이 번번이 무산돼 현재는 움직임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공사는 뭐고 농사가 뭘까
(호스트바에서 사용하는 용어)

박스: 선수(호스트)들의 집단. 이 박스를 관리하는 사람이 메인(마담)

로진: 로맨스 진상. 과도한 감정적 교류를 원하는 손님

아베크: 남녀가 같이 온 손님

공사: 손님에게 TC나 팁 등 기본적인 돈 외 큰 재화를 바라면서 하는 행위

농사: 공사보다 작은 규모의 재화를 바라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