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에서 '그라운드의 마에스트로(지휘자)' 칭호는 극소수 선수들에게만 허락되는 애칭이다. 프랑스 지네딘 지단(46), 스페인 사비 에르난데스(38)처럼 세계적인 미드필더들에게만 이런 수식어가 붙었다. 이들에겐 공통적으로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었다. 바로 경기 흐름을 단숨에 바꿔버리는 결정적인 패스 한방이었다. 7일 앞으로 다가온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누가 최고의 마에스트로로 명성을 드높일까. 가장 유력한 후보는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맨체스터시티의 우승을 이끈 주역 케빈 더 브라위너(27)이다.
◇스콜스와 베컴을 합친 킬패스
벨기에산 '패스 달인'으로 불리는 그는 국내 팬들에겐 '덕배 형님'으로 불린다. 그의 이름 영문 머리글자(KDB)를 한국식으로 바꾼 것이다. 순박해 보이는 외모와 친근한 이미지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세계 최정상급 리그 중 하나인 EPL에서 2년 연속 도움왕(올 시즌 16개)에 올랐다. 폭넓은 시야와 정교한 패스에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한다. 잉글랜드 전 국가대표 오언 하그리브스는 그에 대해 이런 평을 남겼다.
"폴 스콜스는 짧은 패스에 있어 최고였고, 베컴은 롱패스의 달인이었다. 더 브라위너는 이 둘을 합친 것 같다."
현역 시절 세계적인 중앙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렸던 과르디올라(맨시티)의 지도를 받으면서 더 브라위너의 기량도 급성장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주로 나서는 더 브라위너는 후방에서 짧은 패스로 경기를 조율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엔 재빠른 침투로 전방에 킬패스를 찔러넣는다.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도 더 브라위너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정확도는 토니 크로스, 키패스는 실바
한국과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맞붙는 독일의 토니 크로스(28·레알 마드리드)는 패스 정확도에서 일가견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 미드필더로 불린 그는 매 시즌 패스 성공률이 90% 이상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베스트11에 세 번 선정됐고,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다.
스페인 '티키타카(짧고 빠른 패스 플레이)'축구를 이끄는 다비드 실바(32·맨체스터 시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요가로 단련된 유연한 몸놀림과 번뜩이는 패스 센스로 프리미어리그 최고 미드필더로 인정받는다. 그는 이번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 키패스(슈팅으로 이어진 패스) 부문에서 1위(65회)를 기록하며, 30대 나이에도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