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일주일 앞두고 양측 실무팀이 의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키 차이를 어떻게 보완할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지도자와 동등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김정은으로서는 작은 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올려다보는 장면을 꺼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일(현지 시각) 두 정상의 키 차이가 북한 입장에서는 고민일 수 있다며 “김정은이 미 대통령을 우러러보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앉은 장면에 국한된 사진 촬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190cm의 장신인 반면 김정은은 167cm 정도로 추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방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보면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북한의 2인자’로 불리는 김영철은 거구의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인다.
◇ 큰 키, ‘스트롱맨’ 이미지에 한몫…김정일은 12.7cm 굽 달린 구두 신기도
국가 정상들은 흔히 키를 중요시 여긴다. 신체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을 피력해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실제 키가 170cm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진 푸틴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항상 키높이 구두를 신는 것으로 유명하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2008년 대선 때 자신의 키를 5cm 가량 부풀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키 큰 사람이 당선에 유리하다는 속설 때문이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80년대 이후 키가 180cm 미만인 후보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며 클린턴의 ‘키 뻥튀기’ 배경을 설명했다.
김정은의 부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키높이 구두를 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2년 ‘정치인들의 튀는 패션 톱 10’ 중 하나로 김정일의 카키색 인민복과 선글라스 차림, 키높이 구두를 언급하며 “그는 키가 커보이기 위해 12.7cm 굽이 달린 신발을 신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키에 대한 김정일의 강박은 2000년 방북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과의 만남에서도 이어졌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후 미 월간지 ‘베니티 페어’에 “당시 하이힐을 신고 있었는데, 김정일도 마찬가지였다”며 “덕분에 둘의 키가 비슷해졌다”고 회고했다.
김정은은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굽이 높은 구두를 신어 키가 172cm인 문재인 대통령과 눈높이를 맞췄다. 김정은이 회담 때 신은 구두의 겉굽은 4cm, 안굽은 4~5cm로 추정되며, 총 8~9cm 정도 키가 더 커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김정은, 폼페이오·시진핑과 서서 사진 찍어…트럼프와도?
하지만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진 촬영에 대수롭지 않게 임할 수도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키가 비슷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도 그와 마주보고 서서 악수하는 사진을 찍은 바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연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과 나란히 걷는 모습을 연출했다. 시 주석의 키는 김정은 보다 10cm 이상 큰 180cm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