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매년 웃통을 벗고 휴가를 즐기는 사진을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숨길게 없으니 당당하기 때문”이라고 5일(현지 시각) 답했다.

오스트리아 방문을 앞둔 푸틴 대통령은 이날 현지 언론 러시아투데이(RT)와 인터뷰에서 ‘상반신 나체 사진을 공개한 저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특별한 의도는 없다”며 “휴가를 보내면서 나무 뒤에 숨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특유의 장난스러운 말투로 “(기자가) 전신 나체가 아닌 반나체라고 질문해서 다행”이라며 농담을 건넸다.

크렘린이 공개한 푸틴 대통령의 여름 휴가 사진.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은 매년 ‘스트롱맨’ 이미지를 강조한 사진을 공개해 왔다. 그는 지난 여름 남시베리아 투바공화국에서 상반신을 탈의한 채 얼음물에 들어가거나 작살총으로 대형 물고기를 잡는 등 남성성을 과시했다.

이러한 모습은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됐고, 푸틴을 흉내내는 유행이 일기도 했다.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브콘닥테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는 지난해 SNS에 직접 웃통 벗은 사진을 올리며, ‘푸틴 따라 탈의하기’라는 해시태그(#·특정 주제에 대한 글임을 알리는 표시)를 걸었다.

푸틴 대통령의 상반신 노출 사진은 다양한 포토샵 버전으로 인터넷 상에서 회자됐다.

심지어 푸틴은 과한 설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 2008년 러시아 연해주 국립공원에서 사진기자한테 달려드는 야생 호랑이를 마취총으로 제압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푸틴을 두고 인터넷에서는 그의 남성성을 더욱 과장한 포토샵된 사진이 회자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푸틴은 “나는 곰을 탄 적은 없는데, 그런 사진도 존재하더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강인한 지도자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성적 이미지를 연출한다는 미국 NBC뉴스 지적에 푸틴은 “일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도 많은데, 유독 휴가 사진이 더 화제가 된 것 뿐”이라며 “공개된 사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이 곰을 타는 모습은 피규어로도 제작됐다. 가격은 5만원선.

두 달 전 치른 러시아 대선에서 77%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공식 취임했다. 이로써 푸틴은 지난 14년에 이어 앞으로 6년 더 러시아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