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동안 많은 시민에게 즐거움을 줬던 서울대공원 1세대 코끼리 '칸토'〈사진〉가 세상을 떠났다. 멸종위기종인 아시아 코끼리 칸토(수컷·40세 추정)는 2015년 발톱 농양이 발생해 치료를 받다가 지난 2일 사망했다. 코끼리에게 발 질환은 가장 흔한 질병이다.

칸토는 암컷 '키마'(36세)와 함께 1985년 미국에서 들여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이 창경원에서 서울대공원으로 옮긴 이듬해였다. 칸토와 키마는 서울대공원의 유명한 커플이었다. 창경원 시절부터 동물원을 지켰던 고릴라 '고리롱'과 칠레 홍학 등 동물원 선배들과 함께 나들이 가족에게 귀여움을 받았다. 둘은 서울대공원 개원 이후 최초로 1994년 새끼 코끼리 '삼돌이'를 낳아 장안의 화제를 불렀다. 서울대공원 1세대 동물들 중 고리롱과 칠레 홍학 등은 먼저 하늘로 갔다. 이제 칸토마저 숨을 거둬 코끼리 중에선 암컷 키마만 남게 됐다.

칸토는 무게가 5t 가까이 나가 서울대공원 코끼리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컸다. 오른쪽 앞발톱에 농양이 생긴 것은 2015년 4월이었다. 대공원 측은 농양과 염증 부위를 절제하고 소독약에 30분 이상 담가야 하는 치료를 날마다 해줬다. 대공원 관계자는 "스스로 발을 들어 올려주지 않으면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칭찬과 놀이 훈련을 병행하며 발바닥을 보여주게 했다"고 했다. 칸토는 3년간 투병했으나 올해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평소 건초와 과일을 하루 100㎏씩 먹던 칸토는 사육사들이 먹여주는 풀도 받아먹지 못할 정도로 기력을 잃었다. 결국 지난 2일 오후 4시에 숨을 거뒀다.

서울대공원은 추후 칸토의 골격표본을 제작할 계획이다. 대공원 측은 "칸토가 오랜 시간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만큼 표본으로 남겨 교육적 가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