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장소에서 여성이 가슴을 드러내는 것은 음란 행위로 처벌받아야 하는가.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며 상의를 벗은 여성 시위가 사회적 논란을 촉발시켰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시민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 10여명이 윗옷을 벗었다. 이들은 "페이스북이 여성의 나체를 음란물로 규정해 삭제하면서 남성 나체 사진은 삭제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29일 상의를 입지 않은 여성 회원들의 사진을 단체 공식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은 음란물에 해당한다며 사진과 게시글을 강제로 삭제했다. 상의 탈의 시위 후 경찰은 "공연음란죄 위반으로 입건하겠다"고 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여성의 나체는 음란하다는 뜻이냐"고 항의했다. 2016년 여성 농구모임으로 출발한 이 단체는 '남성들은 운동 하다가 더우면 상의를 벗는데, 여성들은 왜 안 되느냐'는 문제를 제기하며 페미니즘 운동을 시작했다.
공공장소에서 알몸을 드러내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형법상 공연음란죄(245조)와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3조1항33호)이다. 그러나 이 법들은 가슴을 드러내는 행위에 대해 남녀에 따라, 그리고 음란 행위 여부에 따라 위법 여부를 달리 판단한다.
형법상 공연음란죄(公然淫亂罪)는 다수 사람이 알 수 있는 상태에서 음란행위를 한 사람을 처벌한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많은 사람 앞에서 단순히 가슴을 드러내는 행위로는 처벌받지 않는다. '음란행위'가 따라야 한다. 여기서 '음란행위'는 성적으로 흥분시키거나 사람에게 수치감·혐오감을 주는 행위다. 이에 따라 남성이라도 자기 가슴을 드러내고 음란한 행위를 했다면 처벌받는다. 이규호 변호사는 "예컨대 모유 수유의 경우 행위 자체가 음란하지 않기 때문에 공연음란죄의 구성 요건 해당성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경범죄처벌법은 남녀를 구분한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엔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하여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을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남성이 가슴을 내놓았을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 경범죄를 단속하는 경찰이 2013년 만든 해설서에는 "남성의 경우 성기·엉덩이, 여성의 경우 성기·엉덩이 그리고 가슴을 내놓으면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에도 우리나라 과다노출 조항과 비슷한 처벌법이 있다. 일본의 경범죄법에 따르면 공중의 눈에 띌 수 있는 장소에서 공중이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으로 엉덩이 허벅지 기타 신체의 일부를 함부로 노출한 사람은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진다. 그러나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선 가슴을 노출하는 것만으로 처벌하는 경우는 없다.
페이스북은 3일 불꽃페미액션이 문제 삼은 게시물을 원상 복구했다. 이번엔 여성이 자신의 가슴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을 때는 처벌 대상이 되는지 논란이 불거졌다. 정보통신망법상 음란한 부호나 화상 영상을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를 인터넷에 올리면 처벌받는다고 규정돼 있다. 일선 사이버수사대 경찰은 "성기를 노출한 사진의 경우 처벌 대상이지만 여성의 가슴은 음란하다고 보여질 수 있어 법리를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며 "남성의 가슴이 처벌받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