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팝칼럼니스트

여름이면 미국 밴드 '비치 보이스'가 부른 '서핑 USA'가 떠오른다. 최고의 서핑 장소를 쭉 나열하는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로 세대를 초월해 큰 사랑을 받은 노래다. 원곡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위대한 로커 척 베리의 'Sweet Little Sixteen'이다. 친근하면서도 역동적인 선율과 리듬, 매혹적인 기타 연주, 모두 척의 트레이드 마크로, 여름마다 그의 음악을 찾아 듣는 이유다.

1950년대 척은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은 여러 곡을 발표했다. 가장 잘 알려진 건 1964년 발표한 'You Never Can Tell'. 영화 '펄프 픽션' 주인공들이 트위스트 출 때 배경음악이라고 하면 다들 알 것이다. 이 밖에도 롤링스톤스가 척이 써준 'Come on'으로 데뷔하는 등 수많은 뮤지션이 그의 곡을 즐겨 연주하거나 영화 속 배경음악으로 모셨다.

개인적으로 가장 손꼽는 건 1985년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쓰인 영원한 로큰롤 고전 'Johnny B. Goode'다. 타임머신을 타고 1955년으로 간 주인공 마티는 공연을 앞두고 손을 다친 밴드 리더 마빈을 대신해 고등학교 무도회 무대에 올라 기타를 든다. "옛날 곡 들려 드릴게요. 아, 제가 온 곳에서는 옛날 곡이죠." 그리고 이어진 강렬한 록 사운드. 마빈은 황급히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척! 나 마빈인데, 네가 찾던 새 사운드 말이야. (전화기를 들이밀며) 자, 이거 들어봐!" 그 사이 관객들의 시원찮은 반응에 마티는 멋쩍게 기타를 내려놓으며 말한다. "다들 아직 이런 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네요. 하지만 여러분 아이들은 좋아하게 될 거예요."

1955년 말 당시 'Maybellene'으로 인기를 얻고 있던 척 베리가 사촌 마빈의 전화를 받고는 이 곡을 써두었고, 2년 4개월 후 발표한다는 재미있는 설정이다. 더위를 물리칠 짜릿함과 유쾌함을 전하는 명화와 명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