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미니즘 여성단체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상의를 탈의하는 ‘누드 시위’를 벌인 이후 이틀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단체의 한 페이스북 게시글에 1만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 10여 명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상의를 탈의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 활동가들의 상반신 나체 사진을 페이스북이 ‘음란물’이라며 삭제했다는 게 이유였다. 불꽃페미액션은 시위를 통해 “페이스북이 남성의 상반신 사진은 그대로 놔두면서, 여성의 (가슴) 사진만 삭제하고 있다”면서 “이는 여성의 나체를 ‘음란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 다음 날인 3일, 페이스북은 불꽃페미액션에 사과한 뒤 삭제했던 게시물을 복구했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게시물이 당사의 오류로 삭제됐다”며 “해당 콘텐츠를 복원하고 관련 계정에 적용됐던 차단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불꽃페미액션은 “게시물 탈환을 완료했다. 우리의 승리”라고 ‘승리 선언’을 했다. 이어 “여성의 몸이 성적 대상화되지 않는 그 날까지 투쟁하겠다. 싸우는 페미가 이긴다”고 자축했다.
복구된 게시물은 지난달 불꽃페미액션이 ‘월경 페스티벌’ 행사에서 진행한 ‘상의 탈의 퍼포먼스’ 사진이었다. 여성 활동가 10여 명이 상의를 탈의한 채 몸에 ‘찌찌 해방’ ‘브라 너나 해’ ‘아~ 덥다’ 등을 적은 사진이다. 불꽃페미액션은 게시글을 통해 “여성의 나체는 음란물로 규정돼 인터넷 사이트에서 강제 삭제 당하거나 젖꼭지만 모자이크 처리돼 남성들의 조리돌림(여럿이 한 명을 동시에 공격하는 것)감으로 사용된다”며 “하지만, 남성의 나체는 '보편 인간의 몸'으로 인식돼 삭제나 모자이크 처리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꽃페미액션은 여성의 몸에 부여되는 남성 중심적 아름다움과 음란물의 이미지를 내팽개치고, 답답한 브라를 벗어던지며 여성들의 몸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며 “‘찌찌 해방 만세’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여성의 몸을 더 자유롭고 건강하게 만드는 데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복구된 이 게시글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1만여 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논쟁이 벌어졌고, 논쟁은 남녀 성(性)대결 양상으로도 번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남자도 공공장소에서 웃통을 벗고 돌아다니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데 무슨 짓이냐, 남자든 여자든 옷을 훌렁훌렁 벗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고, 다른 네티즌은 “여성의 가슴을 음란한 대상으로 규정하는 사회를 바꾸려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또 일부 남성 네티즌이 “눈 버렸다” “당당하게 사진 올리면서 얼굴은 왜 가리느냐” “여자 아이돌 가수가 가슴을 노출하면, 여성 인권이 떨어진다고 외치던 것 아니었느냐” 등 댓글을 달자 일부 여성 네티즌은 “얼굴·몸매 평가로 가해하는 너희 때문에 (얼굴을) 가리는 것” “희희낙락하면서 성희롱하지 말라” “여자는 성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