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노원 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들이 지난 31일 출정식을 열고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구청장하면서 잘 했으니까…”

“보수면 자유한국당 찍는거야”

“이준석 후보가 제일 친숙해서 그런지 이 후보에게 눈길이 가네요”

지난 31일 서울 상계동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 노원 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표심은 오리무중이었다.

노원 병은 ‘인물’에 따라 표심의 향배가 결정된 곳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임채정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의 당선 이후 18대 홍정욱 당시 한나라당 의원, 19대 노회찬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 19대 재보궐·20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의원 등 당과 상관없이 인물에 따라 당락이 결정됐다. 야당에서 기대를 걸어봄직한 이유다.

스토리도 충분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발탁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가 지난 2016년말 한국당을 탈당한 후 바른미래당의 후보로 노원 병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면,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졌던 강연재 한국당 후보는 “중도정치는 허상”이라며 한국당 후보로서 노원 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처럼 3파전이 치열한 노원 병의 민심은, 같은 상계동이지만 지역에 따라 미묘하게 달랐다. 노원역부터 수락산역에 이르는 동일로 인근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재선 노원구청장 출신인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세가 강했다. 마들역 사거리에서 만난 주부 한 모 씨(46)는 “김 후보가 노원구를 8년간 이끌며 딱히 흠잡을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 모 씨(38)는 “‘야당의 튀는 인물보다는 평범한 여당이 지역개발에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동일로에서 조금 벗어난 상계중앙시장쪽의 여론은 또 달랐다. 상점을 운영한다는 김 모 씨(63)는 “민주당이 다 휩쓰는 거 아니냐”며 “여당 견제를 위해서라도 노원 병은 야당 의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만난 한 중년 여인도 “상계동 개발이 30년이 다 되가는데, 재건축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겠다는 얘기는 그대로 버티고 살라는 뜻”이라며 “상계동을 우습게 보는거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한 부동산 업자는 “노원 병은 호남 출신의 지역구민들이 많다”며 “이들이 민주평화당을 지지하면 또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성환 민주당 후보가 49.2%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 19.8%, 강연재 자유한국당 후보 7.9% 순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

노원구 상계동 마들역 인근에 6·13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김성환 후보 측은 고공 지지율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여론조사상 지지율도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가능한 더 압도적인 승리를 하고싶다”며 “당 지지도보다 높은 후보 지지율을 얻는 것이 목표며,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8년간 노원구청장이었던 김 후보의 구정(區政) 지지도가 높았던 만큼 인지도나 지지율에서 타 후보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다. 그는 다만 “외부 변수를 조심하면 된다”며 “지난 2012년 총선때 노원 갑에 출마했던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논란처럼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지는 것만 조심하면 된다”고 했다.

강연재 후보 측은 노원 병 후보 TV토론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강 후보 측 관계자는 “지역구 내에서 강 후보의 인지도가 낮고, 당이 처한 상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강 후보가 이미 지역구민에게 ‘싹수가 보이는’ 야무진 후보로 인식되고 있다. TV토론회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성환 후보는 구청장으로서 3선에 도전했다면 잘 해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중앙 정치인으로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강 후보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측근으로 정치권에 입문하며 검증된 ‘중앙 정치인’이라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이준석 후보에 대해서는 “이 당이 싫어서 나간 사람 아닌가”라며 “보수가 아닌 중도의 인물이라 보수표를 결집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후보 측은 이 후보의 높은 대중 인지도를 바탕으로 보수 표심을 끌어모아 막판 뒤집기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는 샤이 보수(보수 성향임을 숨기는 유권자) 층을 고려하면, 보수 표심을 끌어모으면 김 후보 측과 10% 이내의 접전이 예상된다”며 “(강연재 후보 측에 비해)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은만큼 보수 표심은 이 후보에게 결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기 전 당협위원장이 얼마전 사퇴해 강 후보가 긴급투입된 한국당과 달리, 이 후보는 오랜 기간 노원 병 지역구민들과 호흡하며 생활밀착형 정책을 많이 개발했다”며 “공약 중심의 정책 선거 캠페인으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노원 병 공천을 둘러싼 당 내 잡음 때문에 뒤늦게 본선에 뛰어들어 안타까움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강 후보 측과 이 후보 측 모두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명분없는 정치공학적 접근으로는 승리가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김윤호 민주평화당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본부의 인권위원회 민원부국장과 지난 2012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특보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