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반환점을 돈 '같이 살래요'가 남은 후반부에서 '황금빛 내 인생' 못지 않은 화제성을 모을 수 있을까.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KBS2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윤창범 PD를 비롯해 주연을 맡은 유동근, 장미희, 한지혜, 이상우 등이 참석했다.
'같이 살래요'는 수제화 장인 효섭네 4남매에게 빌딩주 로또 엄마가 나타난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쾌한 웃음과 감동으로 신중년 부모세대와 자식 세대의 썸과 쌈, 사랑과 전쟁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그려낸 2060 전 세대 가족 로맨스 드라마다.
유동근은 수제화 명장인 박효섭 역을 맡았다. 평생 직업이 아빠인 천상 아빠로 누구에게나 쉬어 갈 그늘을 만들어주는 따뜻한 품성, 우직함과 진중함을 갖춘 인물이다. 특유의 뚝심으로 몇십 년을 변함없이 한자리에서 수제화를 만드는 구두장이 인생을 살았고, 아내가 죽은 후 인생의 절반을 네 남매를 위해 희생하는 속 깊은 아버지다.
유동근은 "어제 촬영을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여느 때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대본을 받았을 땐 그렇게까지 상상 못했는데, PD 팀이 어제는 배우들에게 충분히 감정을 담아낼 수 있도록 시간을 주셨다. 세대 간의 아픔이 배우들마다 나타나는 것 같더라. 우리가 여기까지 왔구나, 이것을 위해서 왔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가 중반부에 왔는데, KBS 주말극은 그만의 색감이 있다. 이번에 두번째 주말극을 하면서 그 전에는 부모의 희생이 앞에 보장됐다면, 그 희생에서 우리 드라마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그들의 인생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고 얘기했다.
장미희는 우아하고 당당한 빌딩주 이미연을 연기하고 있다. 오만하지만 상식적인 언행. 싸가지 없지만 정도는 넘진 않고, 독설을 퍼붓지만 듣고 보면 모두 옳은 말을 하는 인물이다. 독설까지 매력으로 보이는 캐릭터다.
장미희는 "종종 뉴스를 보면 '같이 살래요'에 대해서 좋은 기사, 따뜻한 기사, 기대되는 기사 써주신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촬영하면서 작은 어려움이 있지만, 옆에 윤창범 PD님이 포용력 있고, 이해심 넓게 따뜻함 리더십을 갖고 있다. 일하는 내내 어려움 없이 촬영하고 있다. 상대 배우인 유동근 선배님과 연기하는 것이 나에겐 무척 귀한 기회다. 처음 연기를 해보니, 여러가지 감동 받은 부분이 있다. '역시 대연기자구나'를 느꼈다. 그래서 같이 해서 너무 좋고, 앞으로 남은 후반부도 우리들의 이야기가 사랑받고, 공감받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패션 스타일이 돋보이는 장미희는 "연기자가 대중에게 보이는 첫 번째 모습은 대사가 아닌 등장 그 자체다. 그래서 화장, 헤어스타일, 옷차림, 소품 등은 첫번째 배역의 등장이다. 그 다음에 대사가 등장하고 신분이나 나이, 취향 등이 드러난다. 그건 몇 회가 흘러야 알게 된다. 난 등장을 놓칠 수 없고, 중요한 1차적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그 배역에 맞는 모든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협찬만으로는 그 배역과 맞지 않더라"며 직접 준비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유동근은 장미희의 극찬에 "장미희가 드라마를 준비하는 과정과 작업에 임하는 열정, 배우가 갖고 있는 정교함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재밌고 좋다. 이제 우리는 연기, 인생을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되겠구나 느꼈다. 그렇게 순간순간 감동을 받는다. 그 감동이 얼마 전에도 있었다. 내가 본 장미희는 차가운 계열의 색상이 어울리는 사람이더라. 근데 다행이 나도 차가운 계열의 색상이 어울린다. 현장에 가면 편안하게 색감이 어우러지는 현장을 느끼면서 재밌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며 보답했다.
극 중 서로의 첫사랑인 박효섭과 이미연이 연애를 결심하면서 신중년 커플의 연애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미연이 위암일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깨달은 박효섭이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게 된 것.
유동근은 "기획 단계에서 효섭이와 미연이는 좋은 장치였다. 60대의 로맨스는 주말극에서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후배들의 이야기는 다른 드라마에서도 많이 봐왔던 부분이다. PD님이 이 부분을 끝까지 포기 하지 않는다. 지금도 그렇다. 그런 면에서는 참 고맙다. 제작진이 이 드라마의 무서운 기획 의도를 차근차근 준비해 인생이라는 길을 만들어주고 있다. 배우 입장에서 그 부분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BC '전설의 마녀' 이후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한지혜는 효섭의 둘째 딸 박유하로 분했다. 명석한 두뇌의 의대 출신 젊은 사모님으로 이성적이면서도 심장이 뜨거운 여자다. 해아물산의 아들인 성운과의 결혼 이후, 신데렐라로 불리며 부러움의 대상이 됐으나, 5살 어린 딸을 엄마도 없이 유학 보내란 시댁의 결정에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
한지혜는 "훌륭한 PD님, 작가님을 모시고 모든 배우들이 힘을 모아 잘 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훌륭한 선생님들이 곳곳에 포진돼 드라마의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20대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가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 위로는 선생님을 잘 모시고, 아래로는 후배들을 잘 챙기고 사랑해주면서, 믿으면서 가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마지막까지 배가 잘 순항해서 좋은 곳에 우리를 데려다 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며 소감을 공개했다.
이상우는 해외 의료봉사에 앞장서는 내과 전문의 정은태를 맡았다. 겉모습만 보면 까칠하고 차갑지만 반전이 있는 인물이다. '결혼은 NO, 연애는 YES'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최근 박유하를 만나면서 호감이 커지고 있다.
이상우는 "유동근, 장미희 선생님을 주축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잘 흘러온 것 같다. 앞으로도 흘러가게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잘하겠다"고 했다.
중년 로맨스에 이어 이상우와 한지혜의 로맨스도 볼거리다. 최근 정은태가 박유하에게 애틋한 감정을 내비쳤다. 정은태는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관심 아니야. 관심 단계는 넘었어. 내 마음은 잘 아니까 추측하지 마. 나도 이미 진단 끝냈다"며 박유하를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로맨스 전개가 느리다는 지적에 대해 윤창범 PD는 "두 배우가 모두 부끄럼이 많다. 우리가 등떠밀기 전에는 잘 안하더라. 우리는 배우들이 하게끔 자유로운 분위기다. 다음 주 야외 촬영 때 하면 된다. 그러면 문제가 해결된다.(웃음) 드라마를 길게 보면 아픔이 있는 여자와 남자가 쉽게 사랑할 수 있을까 싶더라. 보편적으로 볼 때, 빨리 진행되면 더 욕먹을 것 같더라. 그래서 서로 연민을 느끼는 과정을 지루하게 느낀 것 같다. 이제는 서사가 충분히 깔려서 막 달려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다음 주부터는 두 배우가 자유롭게 하면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상우는 "안아주는 장면이었는데, 감독님이 우리한테 와서 '포옹하는 것보다 키스를 해야 급진전이 되지 않을까?' 하면서 제안을 해주셨다. 근데 원해 대본대로 포옹을 했다. 앞으로 대본이 잘 나오면 (애정신도) 하겠다"고 얘기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지혜도 "작가님이 써주신대로 잘해보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시청률 45%를 돌파하며 종영한 '황금빛 내 인생' 후속작인 '같이 살래요'는 지난 3월 17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4월 22일 방송된 12회가 처음으로 시청률 30%를 돌파했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지난 주말 방송인 22회도 31.5%를 기록하는 등 동 시간대 주말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작 '황금빛 내 인생'과 비교하면 화제성 면에서는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윤창범 PD는 "시청률은 방송사에서 외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중요한 건 드라마는 작품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우리는 경쾌하게, 유쾌하게 오락 프로그램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이 바깥에 많이 나가는 시기인데, 주말 드라마를 편하게 보면 좋겠다는 게 첫번째 목표였다. 아쉽게도 그 시간에 젊은 사람들이 TV는 물론 SNS도 안 본다. '뭔가 쇼킹한 걸 보여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지금 동시에 4커플의 사랑이 진행되고 있는데, 커플간의 OST가 음원 차트 멜론에서 1위를 하기도 하더라. 그걸 보고 듣고, 클릭하는구나 싶었다"고 답했다.
또한 PD는 "사실 (시청률과 화제성을 생각하면서도) 꼭 젊은 세대까지 끌어들여야 하나, 시청률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그런 부분을) 그것까지 해야하나 고민 중이다. 순수한 사랑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보여주고 싶다. 방해도 하지 말고, 그 세대가 갖고 있는 감성을 충분히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같이 살래요'는 매주 토, 일 오후 7시 55분 방송된다./hsjssu@osen.co.kr
[사진]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