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지난해 7월 문을 닫았다. 조선소 바로 옆에 오식도동이 있다.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몰려와 살던 곳이다. 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하자 사람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군산국가산업단지 한가운데 있는 오식도동 주택가엔 요즘 누군가 쓰다 버린 수도꼭지와 변기, 폐가구 등이 어지럽게 쌓여 있다. 오식도 원룸협회 관계자는 "이 일대 510여개 원룸 공실률은 50%를 웃돈다"고 했다.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주택가에 개 한 마리가 서 있다. 주민들이 동네를 뜨면서 버리고 간 개가 많다.

오식도동은 원래 섬이었다. 1990년대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며 바다를 매립할 때 비응도·내초도와 함께 육지와 연결됐다. 출퇴근이 편해 산업단지 공장 직원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2008년 200여명이던 오식도동 인구는 조선 관련 인력이 몰려 2015년엔 약 1900명에 달했다. 월급날이면 이 일대 식당과 술집이 근로자들로 꽉 찼다. 고급 승용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조선소 폐쇄로 현재 주민등록상 주민 수는 1500여명. 아직 주민등록 주소를 옮기지 못하고 몸만 떠난 사람을 합치면 실제 거주 인구는 더 적다. 한 50대 주민은 "한때 군산에서 제일 붐비는 마을이었는데, 불과 1~2년 만에 유령 도시처럼 변할 줄 몰랐다"고 했다.

남은 사람들의 삶은 팍팍해졌다. 커피숍 주인 오후영(43)씨는 "두 달 전부터 아르바이트생도 내보내고 버텨 봤지만 적자가 심해 어쩔 수 없이 최근 가게를 내놨다"고 말했다. 순댓국집 사장은 "며칠 전 근처 원룸에 사는 단골손님이 쌀을 빌려 달라며 찾아왔다"고 했다.

최근 이 일대에서는 유기견이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사람들이 집이나 공장에서 기르던 개를 버리고 떠난다. 유기견들은 몰려다니며 쓰레기봉지를 찢고,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짖는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박희순(51)씨는 "유기견 때문에 사고가 생길까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