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루마니아의 작가 게오르규의 장편소설 '25시'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에서 수병(水兵) 생활을 한 경험담이 나온다. 산소측정기가 없었던 그 시절에는 산소 부족에 민감한 토끼를 잠수함에 태웠다고 한다. 토끼가 꾸벅꾸벅 졸면 산소가 부족하다는 뜻이므로, 잠수함을 수면으로 부상시켜 산소를 공급받았다는 것이다. '잠수함 속 토끼'는 위기를 먼저 감지하고 사람을 구해내는 역할을 한 셈이다.

민주주의 위기를 가장 먼저 경고하는 '잠수함 속 토끼'는 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다. 우리 유권자들은 지난해 5월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궐위선거 때 정치 참여 열기와 좀 더 성숙해진 선거 문화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제7회 6·13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지금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나라 안팎의 대형 이슈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용지는 일종의 '주권 위임 계약서'다. 다행스럽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축구공의 향방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던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일정 속에서 치러진 제3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역대 지방선거 최저치인 48.9%를 기록했다.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 행사가 다른 이슈에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투표율 못지않게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 보고 올바르게 투표하는 정책선거가 정착되어야 한다. 4028명의 지역 일꾼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에는 총 9363명의 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은 물론,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유권자가 상당수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어떤 후보가 어떤 정책과 공약을 갖고 나섰는지 모르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건 투표를 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민주주의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유권자의 의식 수준이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런 만큼 중앙선관위가 제공하는 모바일앱(선거정보) '우리동네 공약지도' 서비스를 꼭 이용해볼 것을 유권자들에게 권한다.

지난 4년간 620만여 건의 언론 보도와 243개 지방의회 회의록 10만여 건, 유권자 희망공약 2000여 건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17개 광역 시·도와 226개 시·군·구별로 관심 사안을 지도 형태로 제작한 '우리동네 공약지도'에선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게 희망 공약을 제안할 수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1948년 5월 10일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선거가 실시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에 치러지는 뜻깊은 선거다. 대한민국 70년은 시민의 선거 참여로 가꿔온 역사였다. 유권자 스스로 민주주의의 적인 무관심과 맞서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높은 정치의식과 참여 열기가 이번 지방선거에도 이어져 동네 민주주의가 활짝 꽃피는 선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