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선수라는 어릴 적 꿈을 이뤘다. 행복했다".
한화 투수 이동걸(35)이 지난 25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휘문고-동국대 출신으로 지난 2007년 삼성에 2차 7라운드 전체 52순위로 입단한 뒤 2013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로 옮긴 이동걸은 1군에서 9시즌 통산 84경기에 등판, 2승1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4.93 탈삼진 78개를 기록했다. 화려한 성적은 아니지만 1~2군을 오가며 12년간 프로에서 활약했다.
삼성 시절 화려한 투수진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1군이 아닌 2군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한화로 이적한 뒤 2015년 데뷔 첫 승, 2017년 데뷔 첫 세이브로 이름을 알렸다. 크고 작은 부상 악재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는 선수'였다. 그랬던 그가 은퇴를 결심했다. 한화에서 전력 분석 연수를 받으며 새 출발을 하기로 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 시즌 중 은퇴를 결정하게 됐는데 아쉬움은 없나.
▲ 어깨 상태가 안 좋았다. (지난달 18일 2군 경기 끝으로) 재활군에 있었는데 구단에서 마침 좋은 제안을 해주셨다. 이제 더 이상 선수가 아니란 게 아쉽지만 어릴 적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뤘다. 스타 선수는 아니었지만 많이 배우고 꿈을 이어갈 수 있어 행복했다. 프로야구에서 또 다른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하다. 이제 전력분석 업무를 하나씩 배워나가야 한다.
- 프로에서 12년을 뛰었다. 돌아보면 어떤가.
▲ 12년간 한 번도 1군에서 풀타임으로 보내거나 자리를 잡고 시작한 적이 없었다. 그래도 프로 유니폼을 입어보는 게 꿈이었고, 12년이란 시간 동안 선수로 뛸 수 있었다. 운동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았다. 프로에 와서 좋은 지도자 분들을 많이 만났다. 지도자들마다 선수를 대하거나 가르치는 방식이 조금씩 다 다르다. 운 좋게도 인간적인 지도자들 분들에게 많이 배웠다.
- 12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 첫 승이나 첫 세이브 경기도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군에서 제대한 뒤 잠실구장에서의 첫 경기다. (삼성 소속으로 지난 2011년 10월4일 잠실 LG전, ⅓이닝 무실점). 초등학교 어린 시절 잠실야구장에서 야구를 보고 '여기서 꼭 던져보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타구에 맞아 부상을 당한 경기도 있었지만 그건 경기의 일부분이었다. 내가 최선을 다한 경기에선 아쉬움이 없다.
- 2군에서 오래 생활했고, 누구보다 1군의 소중함을 느꼈다.
▲ 올해 스프링캠프를 1군이 아닌 2군으로 갔다. 2군에서도 1군에 대한 꿈을 향해 가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그런 후배 선수들에게 왜 1군에 가고 싶은지 물어보면 '몇 점차든, 어떤 상황이든 단 한 번이라면 마운드에 서고 싶다'고 하더라. 어렸을 적 나도 그랬다. 10점차라도 좋으니까 1군에서 던져보고 싶은 때가 있었다. 어떤 상황이든 내 목표를 향해,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게 중요하다.
- 삼성 시절 빛을 보지 못하고 한화로 이적했다.
▲ 삼성에서 2군에 오래 있었다. 그때 고생한 동료들과는 지금도 끈끈하게 지낸다. 그 시절 포기하지 않은 것이 선수생활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한화에 오면서 새롭게 분위기 전환이 됐다. 부족한 점을 돌아보며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2014년) 2군에서 다승왕(10승무패)을 하며 많은 이닝을 던졌다. 그때 느낀 부분이 많다. 왜 1군의 벽을 뚫지 못했는지, 타자를 어떤 식으로 상대하고 변화구를 어떤 포인트로 던져야 할지 깨달았다.
- 2015년부터 1군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 한화에 오면서 기회를 많이 얻었다. 프로 첫 승과 세이브도 했고, 감독·코치님들께서 기회를 많이 주신 덕분이다. 한화 이적이 나에겐 엄청난 터닝 포인트였다. 한화 팬들도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큰 힘이 됐다. 그 마음을 잘 간직하겠다. 선수는 아니지만 앞으로 한화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하는 게 보답을 드리는 길이다.
- 은퇴 결정 후 팬들의 격려와 응원이 많다.
▲ 난 스타급 플레이어도 아니고, 야구를 잘한 선수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팬들이 댓글로 수고하셨다며 격려를 보내준 것을 보고 마음이 찡했다.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팬들 덕분에 행복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서산까지 찾아와서 파이팅을 주신 분들이 많다. 한 분의 팬도 빼놓지 않고 감사를 드리고 싶다.
- 이제는 제2의 야구인생이다.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 은퇴를 결심한 날에는 시원섭섭하고 슬프기도 했다. 선수들과 워밍업, 캐치볼을 하지 못하게 돼 마음이 먹먹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길을 가야 할 때다. 그라운드에서는 선수가 주인공이다. 이제 선수들과 팀이 잘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와줘야 한다.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공부하고 배우겠다. 프로선수의 꿈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이젠 또 다른 도전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