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두세 명을 한 번에 농락하는 드리블, 축구는 발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하는 위력적인 헤딩슛, 한순간에 상대 수비를 무력하게 만드는 칼날 패스…. 20일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월드컵은 전 세계 축구의 별들이 저마다 신기(神技)로 그라운드를 수놓을 꿈의 무대다. 기술별 최고 달인들을 미리 살펴보면서 월드컵을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

드리블의 사전적 의미는 축구공을 몰고 가는 행위다. 단순해 보이는 이 기술을 월드 클래스 공격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사용하면 '마법'이 된다. 수비수가 낙엽처럼 쓰러지고, 바다가 갈라지듯 공격 길이 열린다. 축구 팬들이 입을 다물 수 없었던 역대 월드컵 명장면 대부분이 드리블에서 시작됐고, 드리블로 마무리됐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세계적인 드리블 장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중 이견의 여지 없이 최고로 꼽히는 선수도 출전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주장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다.

'독심술' 드리블…3~4명 제치는 건 기본

메시는 데뷔 초부터 '마라도나의 재림'이라 불릴 만큼 드리블에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국가대표 선배 마라도나가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하프 라인부터 수비수 5명과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을 넣은 장면을 2007년 스페인 리그에서 재현하면서 크게 이름을 알렸다. 3~4명이 달라붙어도 공을 빼앗기지 않고, 오히려 수비수를 피해 앞으로 돌진하는 모습은 그가 수시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특선 메뉴'다.

메시 드리블의 특징은 '독심술', 즉 상대 움직임을 읽는 능력으로 요약된다. 메시는 수비수가 어떻게 다가올지 예측하고 한 박자 이상 빠르게 공을 쳐 상대를 무력화한다. 수비수가 두세 명 될 때도 복잡한 수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은 2010년 한 경기에서 메시에게 4골을 내준 뒤 "메시의 드리블은 게임 속 움직임처럼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메시는 자신이 먼저 상체를 움직여 수비수를 속이면서 반대로 움직이는 기술도 자주 쓴다. 메시는 올해 31세로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경기당 평균 드리블 성공(수비수를 제쳐야 성공) 횟수가 5.1번으로 지난 시즌 유럽 5대 리그 선수 중 2위였다. 1위는 평균 7.1번을 성공한 브라질의 네이마르(26·파리 생제르맹)다. 하지만 메시의 성공률은 71.8%로 네이마르(66.9%)보다 크게 앞선다.

우리도 있다…아자르, 네이마르, 살라

벨기에의 측면 공격수 에덴 아자르(27·첼시)도 드리블이라면 일가견이 있다.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꿔 수비벽 사이를 뚫고 나가는 모습이 일품이다. 드리블 성공률 자체만 보면 83%로 메시보다 낫다. 네이마르는 브리질리언 특유의 발기술을 자주 사용해 팬들을 열광시킨다. 속칭 사포(두 발로 공을 머리 뒤로 넘기는 기술)를 실전에서 썼다가 상대팀의 거친 태클을 자초할 정도로 화려한 드리블을 즐긴다. 올 시즌 잉글랜드 리그 최고 스타로 떠오른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26·리버풀)는 위 3명과 조금 다른 스타일이다. 100m를 10초대에 끊는 주력을 앞세워 직선적으로 드리블해 치고 나가는 '정면 돌파형'이다.

개성 넘치는 드리블러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공격수치고 키가 작다. 메시는 170㎝, 살라는 175㎝다. 대신 그만큼 민첩하고, 순간 속력이 뛰어나 수비수를 따돌리는 데 유리하다. 또 대부분 몸이 단단하고 신체 밸런스가 잘 잡혀 상대의 거친 몸싸움에도 쉽게 넘어지지 않는다. 각 팀의 드리블러들은 '에이스'를 상징하는 10번을 다는 경우가 많다. 메시와 아자르·네이마르·살라 모두 대표팀에서 10번을 달고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