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가 구속되자 웹툰 작가들이 잇따라 축하 웹툰을 그려 올렸다. 사진은 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의 박용제 작가가 그린 검거 축하 웹툰.

웹툰 9만여편을 불법으로 올린 뒤 광고료 10억원가량을 챙긴 국내 최대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운영자가 구속됐다. ‘밤토끼’라는 이 사이트는 한 달 평균 3500만명, 하루 평균 116만명이 접속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17 만화산업 백서'에 따르면 ‘밤토끼’로 인한 웹툰 업계 피해액은 지난해 24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00년대 초 만화책 대여점과 불법 스캔 이후 최근 만화계 최대 위협으로 꼽혀왔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밤토끼' 운영자 허모(43·프로그래머)씨를 구속하고 서버 관리와 웹툰 모니터링을 한 직원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또 캄보디아로 달아난 직원 2명을 지명수배했다. 이들은 2016년 10월부터 최근까지 문제의 사이트에 국내 웹툰 9만여편을 불법으로 올린 뒤 불법 도박 사이트 등으로부터 배너 광고료로 9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2016년 10월쯤 미국에 서버와 도메인을 둔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를 개설했다. 지난해 6월쯤부터 "공짜로 웹툰을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한 개에 월 200만원이던 도박 사이트 배너 광고료가 최대 1000만원까지 올랐다.

허씨는 다른 불법 사이트에서 먼저 유출된 웹툰만 가져와 자신의 사이트에 올리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했다. 또 수시로 대포폰과 대포 통장을 바꾸고 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광고 상담을 할 때는 해외 메신저만 사용했다. 올해 초 내사에 착수해 이 사이트를 적발한 경찰은 허씨 차 안에 있던 현금 1억2000만원과 미화 2만달러를 압수하고 도박 사이트 광고료로 허씨가 받은 암호 화폐인 리플 31만개(현재 시가 2억3000만원 상당)에 대해 환수 조치했다.

이날 '밤토끼' 검거 소식이 전해지자 조석·김명현 등 유명 웹툰 작가들이 앞다퉈 '감사 웹툰'을 제작해 인터넷에 올렸다. 작가들은 최신 작품이 게시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밤토끼'에 무료로 올라가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호소해왔다. 유료 웹툰 사이트인 레진코믹스를 비롯해 네이버웹툰, 카카오 등 웹툰 업체들도 잇따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밤토끼'에 대한 수사 요청을 해왔다. 레진코믹스는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이라며 "엄중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으면 해적 사이트는 더 기승부릴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불법 유출을 감시하는 기술 '툰레이더'를 개발해 수사 기관에 협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2월 불법 사이트 '먹투맨' 운영자를 검거했다.

‘밤토끼’는 검거됐지만 불법 사이트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재 불법 웹툰 사이트는 200여곳으로 추정된다. 한국만화가협회는 23일 대검찰청에 ‘어른아이’ 등 불법 웹툰 사이트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