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상여금·숙식비 등을 포함하는 국회 논의에 '취업규칙 변경 특례'가 변수로 떠올랐다. 취업규칙은 근로 조건 등을 담은 사규(社規)의 한 종류인데, 현행 근로기준법에선 취업규칙 조항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엔 노조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다.
국회 환경노동위 여야 다수 의원은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상여금 지급 주기를 바꾸는 것은 '불이익 변경'으로 보지 않는다는 특례 조항 제정을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사업주가 6개월마다 지급하던 기존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경우 노조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선 노조 동의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해 법 위반이다.
현재 국회 환노위의 대다수 의원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매월 지급 상여금'을 포함하기로 접점을 찾은 상태다. 현금으로 지급하는 숙식비 포함 여부에 대해선 아직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
경영계는 다수의 기업이 상여금을 분기나 반기, 또는 1년에 한 번씩 지급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상여금 지급 주기를 1개월로 바꾸더라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아니다'는 특례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특례가 마련되지 않으면 최저임금에 매월 지급 상여금이 포함돼도 기업 입장에선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며 "노조가 반대하면 상여금 지급 주기를 1개월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총이 최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예외가 인정되지 않으면 회원사 상당수가 산입 범위 개선 효과를 전혀 못 본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는 "(특례 조항이 마련되지 않으면) 노조가 강한 대기업 근로자는 취업규칙 변경에 반대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고스란히 보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영세 사업장 근로자와의 임금 격차가 더 커져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환노위 일부 의원은 "특례 조항은 노동 개악"이라며 반발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폐기한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악 '2대 지침' 중 하나를 민주당이 다시 하겠다는 것"이라며 "환노위 소위 심사가 더딘 것도 취업규칙 변경 절차 특례가 논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2대 지침'은 2016년 정부가 발표한 '공정 인사 지침(일반 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지침'으로 지난해 정부 출범 이후 폐기됐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정부의 '취업규칙 지침'과 이번에 논의 중인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취업규칙 변경절차 특례'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며 "지침과 법률이라는 형식 차이뿐 아니라 다루는 내용과 적용 범위도 구분되므로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노동계 주장은 지나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