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정말로' 죽었다는 연구 결과가 새로 나왔다. 그동안 히틀러의 죽음을 둘러싸고 무성했던 '아르헨티나 도피설' '남극 비밀기지 생존설' 등 갖가지 음모론이 잠재워질지 주목된다.
프랑스 베르사유대학의 한 연구팀은 18일(현지 시각) ‘유럽 내과 저널’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보관하던 히틀러의 치아와 두개골을 지난 1년간 연구한 결과 히틀러가 1945년 4월 30일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이 1946년 이후 처음으로 히틀러 유골에 완전히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독립적 과학 분석을 하도록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을 이끌어온 법의학자 필립 샤를리에는 이날 AFP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는 잠수함을 타고 아르헨티나로 도망치지도 않았고, 남극 대륙에 있는 비밀기지에도 없으며 달의 뒤편에 숨어 있지도 않다”고 했다.
연구팀은 히틀러의 두개골 일부를 검사해 그가 죽기 1년 전에 찍은 두개골의 X-레이 사진과 일치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히틀러가 1945년 청산가리 캡슐을 먹고 머리에 권총을 쏴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히틀러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베를린의 지하 벙커에서 연인 에바 브라운과 함께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어떻게 죽음을 맞았는지를 놓고 수십 년간 수많은 추측이 난무했다.
2010년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은 당시 소련 위생병들이 남긴 기록을 토대로 히틀러의 사망 원인을 청산가리 중독이라고 결론 내렸다. FSB는 당시 “히틀러가 스스로 머리에 권총을 쏴 ‘명예롭게’ 자살했다는 것은 ‘신화’로 보인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히틀러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에서 총알 구멍이 발견되면서 권총 자살설이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그러나 미국 코네티컷 대학 고고학자인 닉 벨란토니 교수가 2009년 러시아 국영 기록 보관소에 보관됐던 히틀러의 두개골을 유전자 검사한 결과 20~40대 여성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진위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일부 신나치주의자들과 음모론자들은 히틀러가 살아있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히틀러가 시신 2구를 따로 준비해 자신과 연인 에바 브라운으로 둔갑시키고, 베를린 지하 벙커에 있는 비밀 터널을 통해 덴마크와 스페인을 거쳐 남아메리카로 도망갔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히틀러의 시신은 처음 불에 탄 상태로 소련군에 발견돼 소련군 병영 지역에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련은 장차 그의 시신 매장 사실이 알려져 그 지역이 ‘히틀러 성지’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고, 결국 FSB의 전신인 구 소련 첩보기관 KGB가 그의 유해를 파내 소각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