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동원(필명 드루킹)씨가 대선 전인 2016년 6월부터 작년 2월까지 송인배〈사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4차례 만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송 비서관은 그중 2차례에 걸쳐 '간담회 참석 사례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으며, 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에게 드루킹을 소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밝혔다. 이로써 드루킹 사건에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전 의원,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송 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모두 관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드루킹 사건'이 불거진 지난달 중순, 송 비서관이 먼저 이 같은 사실을 알려와 민정수석실이 드루킹과의 관계에 대해 조사를 했다"며 "하지만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조사를 종료했다"고 전했다. 드루킹 측 관계자도 이날 "드루킹이 송 비서관과 수차례 만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조사에 따르면 송 비서관은 20대 총선 직후인 2016년 6월부터 작년 2월까지 8개월 동안 모두 4번에 걸쳐 드루킹을 만났다. 송 비서관이 드루킹을 만난 계기는 양산에 출마했던 2016년 4월 총선 때였다. 송 비서관의 자원봉사자로 찾아온 A씨 부부는 드루킹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이었다. A씨는 송 비서관이 낙선한 이후에도 찾아와 "경공모 회원들과 모임을 갖자" "김경수 의원도 만날 때 같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송 비서관도 이런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비서관과 드루킹을 포함한 경공모 회원 7~8명은 2016년 6월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의 김경수 의원 사무실에서 20분쯤 만났다. 당시 김 의원과 인사와 대화를 나눈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은 그 직후에도 송 비서관과 의원회관 카페에서 별도로 차를 마시며 정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수 전 의원은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에서 송 비서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2016년 중반 정도에 김씨가 의원회관으로 찾아왔다"고 했었다.
이후 A씨 부부 등 경공모 일부 회원은 대선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문재인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인 송 비서관에게 "우리 사무실 구내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송 비서관은 2016년 11월 드루킹의 활동 근거지인 경기 파주의 느릅나무출판사 식당에서 드루킹을 포함한 경공모 회원들과 식사도 했다.
당시 송 비서관은 모임에 참석하면서 드루킹 측으로부터 '간담회 참석 사례비'를 받았다고 청와대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비서관은 "두 번째 만남 때 '앞으로는 사례비를 받지 않을 테니 더는 돈을 주지 말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전했다. 송 비서관이 받은 돈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액수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많지 않은 액수'라고 판단했다.
송 비서관은 이후에도 2번 더 드루킹을 포함한 경공모 회원들을 자택 근처의 술집에서 만났다. 시기는 2016년 12월과 작년 2월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 당선되고 송 비서관이 문 대통령의 일정 등을 챙기는 제1부속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에는 만남이 없었다고 했다.
송 비서관은 올해 4월 드루킹 사건이 불거지고 김경수 전 의원의 연루설이 제기되며 사건이 확산되자 지난달 20일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백원우 민정비서관은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던 도모 변호사를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만나기도 했다. 백 비서관은 당시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 차원에서 만났다고 했지만, 도 변호사 측은 인사 관련 얘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민정수석실은 송 비서관의 진술을 기반으로 드루킹 등 경공모 회원들과 송 비서관 사이에 부적절한 청탁 또는 대선을 돕겠다는 식의 제안이나 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지만 비위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최근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 같은 사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전 의원과,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고 있는 송 비서관까지 드루킹과 관계를 맺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경의 부실 및 축소 수사 의혹, 대선 당시의 댓글 조작 여부 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또 민정수석실이 드루킹 문제를 사전에 얼마나 알고 있었고, 제대로 대응을 했는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송 비서관 연루 여부에 대해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자, 뒤늦게 송 비서관이 드루킹을 만난 사실을 밝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드루킹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부터 여권 내부에선 "친문 인사가 드루킹을 김 전 의원에게 소개해 줬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송 비서관은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부산·울산 지역 총학생회협의회 의장을 지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사회조정2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19·20대 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경남 양산에서 출마해 낙선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일정총괄팀장을 맡았고 문 대통령 취임 이후엔 대통령의 모든 일정과 청와대 보고·회의 자료를 책임지는 제1부속비서관에 임명됐다. 지난 4월 20일 오후 개통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핫라인(직통전화) 개통 시험 통화를 한 인물도 송 비서관이다.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핵심 측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