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승무원 없이 고가궤도 위를 달리는 소형 무인궤도차(PRT)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에만 거제, 순천에서 벌어진 두 차례 사고로 3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돌연 정차(停車)하는 사고도 빈발한다. 무인궤도차에 대한 2013년부터 현재까지 30분 이상 정지하거나 추돌해 부상자가 속출한 사례만 5건이다. 충북 제천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은 낙뢰로 기기가 중단됐고, 강원 삼척 모노레일은 급작스레 전기가 끊기면서 급정지했다. 경남 거제 모노레일은 운행 한 달여만인 지난 6일 기상악화로 센서가 오작동 해 추돌사고가 벌어져 8명이 다쳤다.
전남 순천만국가정원·순천만 습지를 오가는 무인궤도차 ‘스카이큐브’도 2014년부터 올해까지 3차례 이상 고가궤도 위에서 멈췄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지자체에서 무인궤도차를 ‘교통수단’이 아닌 ‘놀이기구’에 가깝게 취급을 한다”며 “구체적인 안전규정 없이 ‘일단 달리고 보자’는 식이면 곤란하다”고 말한다.
◇장마철에 취약한 무인궤도차 일단 달리고 본다?
무인궤도차는 주로 관광지에 도입되고 있다. 국내에 있는 관광용 모노레일만 해도 총 28개. 내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시장·부안군수 후보들이 "관광 모노레일을 도입 하겠다"고 공약한 상황이라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면도 있지만, 잇단 사고 소식에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주부 박형숙(52)씨는 “보통은 즐기기 위해서 타는 것이 무인궤도차인데, 사고 뉴스를 접할 때마다 겁이 난다”고 했고, 여수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손슬기(25)씨도 “순천에 놀러 갈 일이 많은데,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안전대책을 빨리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무인궤도차가 여름철에 더 취약하다는 데 있다. 열과 수분에 취약해 통신장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장마철을 걱정한다. 곽경섭 인하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석좌교수는 “기기이상이 없더라도 안개나 가랑비 등 기상이 나쁘면 통신이 불안정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정기 검사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통신 부분은 확인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운송수단보다는 놀이기구 취급"
사정이 이렇지만 무인궤도차는 구체적인 안전규정조차 없다. 예를 들어 무인궤도차에 이상이 생겨, 수동으로 제어할 경우 안전거리·속력에 대한 규정이 없다.
무인궤도차 관제사 등의 교육규정도 부실하다. 정부는 오는 11월 “궤도사업자·전용궤도운영자는 안전교육계획을 수립하고 교육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시행령을 신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세부내용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차차 구체적인 교육 내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궤도차 대다수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는데다, 아직 탑승 인원이 많지 않아 안전문제에서 간과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운송수단’이라기보다 ‘놀이기구’ 취급을 받는 거죠. 구체적인 안전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가 계속해서 벌어지는 지금 상황은 문제가 있습니다. 통일된 안전규정 마련이 시급합니다.” 한 철도연구원 관계자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