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유대인 학살 시절 은신처에 숨어 썼던 ‘안네의 일기’로 잘 알려진 소녀 안네 프랑크(1929~1945)가 당시 일기장 한 곳에 감춰뒀던 ‘야한 농담’이 15일(현지 시각)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홀로코스트와 대량학살을 연구하는 네덜란드 전쟁 연구소와 안네 프랑크 재단, 안네 프랑크 박물관은 안네의 일기장에서 갈색 종이로 풀칠돼 가려진 페이지에 적힌 글씨를 판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2018년 5월 15일 안네 프랑크 박물관이 공개한 안네의 일기 속 숨겨진 페이지.

공개된 페이지에는 안네가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몰래 쓴 ‘야한 농담’이 담겨있었다. 안네는 “이 망친 페이지를 ‘야한 농담’을 적는 데 활용할 것이다”며 글문을 열었다.

안네는 성매매를 언급하며 “정상적인 남자라면 누구나 거리의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다”며 “파리에는 이를 위한 집들이 마련돼 있고, 아빠도 거기에 간 적이 있다”고 썼다.

2018년 5월 15일 안네 프랑크 재단은 안네의 일기 중 갈색 종이로 풀칠돼 가려진 일기 내용을 공개했다.

또 그는 “독일군 여성들이 네덜란드에 있는 이유를 아니? 군인들을 위한 매트리스가 되기 위한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안네는 어린 여성이 14세쯤에 생리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남자와 관계를 가질 만큼 충분히 성숙했음을 의미하지만, 물론 결혼 전까지는 그것을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페이지 곳곳에 성교육과 성매매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돼 있었다. 안네 프랑크 박물관 관계자는 안네가 나치를 피해 네덜란드의 좁은 은신처에서 여러 유대인들과 숨어지내던 당시 주변 어른들로부터 들은 성경험 등을 토대로 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18년 5월 15일 안네 프랑크 재단은 안네의 일기 속 갈색 종이에 가려졌던 페이지를 공개했다.

이번 공개된 안네의 일기를 두고 전문가들은 “그동안 알려진 안네의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평범한 소녀였다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내 준다”고 평가했다.

안네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좁은 은신처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며 당시 상황을 일기로 기록했다. 안네는 독일 비밀경찰에 붙잡혀 결국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 후 병으로 숨졌다. 그러나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부친 오토 프랑크가 안네의 일기장을 출간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