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어난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셋째 자녀인 루이 왕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지난 6일 공개됐다. 이 사진은 지난 2일 세번 째 생일을 맞은 샬럿 공주가 동생인 루이 왕자를 품에 안고 조심스럽게 이마에 입맞춤을 하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갓 태어난 루이 왕자의 모습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사진 속 샬럿 공주가 입고 있는 감색 가디건이었다. 이 가디건은 오빠인 조지 왕자가 입던 옷과 동일한 색상과 디자인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지 왕자는 2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90번 째 생일에 여왕과 함께 찍은 사진 기념사진에서 이 가디건을 입고 등장했다.
해당 가디건은 스페인 브랜드 ‘피나 에헤리케’ 제품으로 52달러(약 6만원)이다. 이 옷을 만든 디자이너 안나 페레즈는 “샬럿 공주가 조지 왕자가 입었던 옷을 물려입은 모습을 보니 더할나위 없이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찰스 왕세손 가족이 옷을 물려입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생후 사흘 째인 지난달 26일 공개된 루이 왕자의 독사진에서 그가 입고 있는 흰 스웨터는 찰스 왕세손 가족을 돕고있는 유모의 어머니가 샬럿 공주가 갓 태어났을 때 선물한 옷이다. 샬럿 공주는 2015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사진 속에서 이 스웨터를 입고 있다.
지난해 7월엔 윌리엄 왕세손 가족이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는 샬럿 공주가 신었던 빨간색 구두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삼촌인 해리 왕자가 어릴적 아버지 찰스 왕세자와 어머니 다이애나와 함께 찍은 사진 속에서 신었던 구두라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샬럿 공주가 신은 구두는 해리 왕자가 신었던 구두보다 주름이 많이 잡히고 색이 살짝 바랜 모습이었다.
미들턴 왕세손빈 본인도 공식석상에서 같은 옷을 여러차례 입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7월 30일 영국 파스샹달 전투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미들턴은 2년 전 샬럿 공주의 세례식에서 입었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흰 원피스를 그대로 입고 나타났다. 또 앞서 세 차례 임신 때도 이전에 입었던 임부복을 재활용해 입는 등 근검절약하는 모습을 실천해왔다.
윌리엄 왕세손 가족의 ‘물려입기’는 검소함을 중시하는 영국 왕실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들턴 왕세손빈의 주도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왕실 가족이 입는 옷이 특정 브랜드나 제품의 구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왕실의 라이프 스타일이 영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영국 브랜드 컨설팅기업 브랜드파이낸스의 분석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영국 왕실이 한 해 동안 영국 경제에 기여한 가치는 한 해 11억파운드(약 1조6000억원), 총 브랜드 가치는 584억파운드(약 84조3800억원)이다. 또 조지 왕자와 샬럿 공주의 탄생이 영국 경제에 기여한 가치는 1억7700만파운드에 이른다. 왕실의 자녀가 태어나면 유아용품과 기념품 등 관련 업계의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