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새옹지마. 신종플루에 걸려 쉬고 나면 추가 근무가 온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2009년 10월 대전 모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중환자실로 급히 들어가고 있다.

신종 플루가 유행했을 때의 이야기다. 아는 정형외과 1년 차 전공의가 신종 플루 검사에 양성반응을 보였다. 처음에는 잘 알지 못하는 병이어서 불안해했지만, 실제로는 크게 심각한 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곧 안심했다. 병원 업무를 계속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자기 집으로 1주일간 격리되었다. 오히려 온갖 힘들고 어렵고 귀찮은 저년 차 전공의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이게 웬 행운이냐!'라고 생각했다. 외출을 못 했기 때문에 배달 음식으로 살 수밖에 없어 괴로워했지만, 1주일간 편안히 쉬면서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격리 기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출근을 했다. 병원에서는 임시 천막 진료소까지 설치하여 늘어난 신종 플루 환자 진료에 정신이 없었다. 그 전공의는 항체가 생겨서 이미 면역력이 생겼다는 이유로 신종 플루 전담 긴급 투입 의료진으로 선발되었다. 통상적인 자기 업무 이외에도 두 달 동안 주말마다 신종 플루 진료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일주일간 격리되어서 편안히 쉬기는 했지만, 그에 비해서는 너무 가혹한 반대급부였달까. 내심 억울하게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면역력이 있는 자네가 분연히 나서서 항체가 없는 사람들, 국민들, 아니 인류를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새옹지마 (塞翁之馬)다. 영어로는 'Ble ssing in disguise'라고 하는데, 반대로 'misfortune in disguise'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지금 보기에는 좋은 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지나고 보면 오히려 나쁜 일이었던 것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런데 모두 모아서 생각하면 그 각각의 총량은 비슷해지기도 한다.

주당들이 안줏거리로 하는 말로 평생 마시는 술의 양이 일정하다는 말도 있다. 나중에 건강이 상하면 술을 많이 못 마시게 되니 지금 건강이 허락할 때 술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의사들이 병원에서 농담처럼 하는 말도 있다. '유비무환이니 우후죽순이라'는 비 오는 날은 환자가 적게 오지만, 비가 그치면 날씨 때문에 내원을 미루었던 환자가 많이 몰려 오게 된다는 말이다. 결국 병원 오실 분들은 오게 된다.

수련 과정에서 힘들고 고달픈 시기에 선배님들은 다음과 같이 위로를 해 주었었다. 결국 보게 되는 환자의 총량이 일정하니 나중에는 편해질 것이라고. 그런데 지금 이렇게 고생하면서 배우는데, 나중에 개업했을 때 환자가 적게 오면 어떻게 하냐며 악담하지 말라고 농담을 주고받았었다.

오랜 기간 모두 모아서 보면 좋은 일, 나쁜 일, 이득이 되는 일, 손해가 되는 일들이 플러스 마이너스 합쳐서 0이 된다고 하던가. 그래서 총량 등가 또는 총량 불변의 법칙 또는 제로 섬(zero sum)이라고들 한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일 때문에 너무 일희일비 (一喜一悲)할 필요는 없겠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반대의 효과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지금 좀 손해 보면서도 좋은 일 많이 해 놓으면 나중에 어려울 때 그 덕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농담 삼아 마무리하자면 설마 이런 이야기했다고 해서 안 좋은 일만 반복해서 일어나는 '머피의 법칙'의 희생양이 내가 되지는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