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대표이사에서 49일 만에 물러났다.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졌다는 의혹이 보도된 지 28일 만이다. 조 회장은 사내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진에어는 10일 "조양호 대표이사의 사임으로 이사회에서 권혁민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3월 정비본부장(전무) 출신인 권혁민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조 회장이 임기 3년인 사내이사에 취임하며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진에어는 조양호·최정호 대표이사 체제에서 다시 최정호·권혁민 대표이사 체제로 돌아갔다. 진에어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 경영 체제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달 23일 조 전 전무 사태 등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재계에선 국토교통부가 진에어 면허 취소까지 고려하며 조 전 부사장의 '불법 등기이사' 문제를 조사 중인 상황에서 책임을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한진칼, 한진, 정석기업의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편 검찰은 조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남부지검은 "금융정보분석원에서 대한항공에 대한 수상한 자금 흐름을 통보해와 현재 비자금 조성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조 회장 형제들의 상속세 탈루 혐의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