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KBO리그에 연일 팬서비스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사랑받고 있는 KBO리그이지만, 오랜 기간 선수들의 인색한 팬서비스에 야구팬들의 불만이 쌓이고 쌓여 폭발하고 있다. 다른 종목보다 야구의 팬서비스가 자주 도마 위에 오르는 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프로 선수들에게 팬서비스는 기본이자 의무다. 어린이 팬들마저 외면하는 선수에겐 프로의 자격이 없다. 여기저기서 선수들에게 자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야구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팬들이 외면하기 전에 선수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다. 선수만큼 팬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야구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팬들도 다양하다. 모든 팬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몰지각한 팬들이 팬서비스 과정에서 선수들을 곤경에 빠뜨리곤 한다.
선수들은 대부분 구장 출퇴근길에서 팬들과 만난다. 미국·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구장에서 팬들과 동선이 겹친다. 선수들은 출퇴근길에 둘러싸여 사인을 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모든 팬들에게 사인을 다해줄 수 있으면 좋지만 정해진 일정에 맞춰 움직이다 보면 모두에게 해줄 순 없다. 그럴 때마다 등 뒤에서 아쉬운 목소리들이 귀를 찌른다. 한 관계자는 "100명에게 사인을 잘해줘도 사인을 받지 못한 101번째 사람에게 욕을 먹는 게 선수들의 일상"이라고 이야기했다.
야구장 바깥에서 우연찮게 만나는 팬들이 불쑥 사인과 사진을 요청하는 것도 종종 불편할 때가 있다. 특히 식사 중일 때 요청들이 오면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럴 때마다 "밥 다 먹고 해드릴게요"라고 답하지만 이것도 계속 반복되면 큰 스트레스가 된다. 야구장 밖에선 사생활이 있어야 하지만 유명 선수들에겐 그렇지 않다.
팬서비스 마인드가 대체로 좋은 외국인선수들도 우리나라에서 뜻하지 않게 문화 충격을 받곤 한다. 과거 뛰었던 한 선수는 "여성과 데이트를 하던 도중에 한 팬이 어깨를 치며 사인을 요청해서 거절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한 선수는 가족과 휴식 시간을 보내다 마주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과정에서 난감한 일을 겪기도 했다. 사인을 못 받은 팬이 선수의 팔에 매직펜을 칠하고 간 것이다.
최근에는 원정팀 숙소를 찾아 사인을 받는 팬들도 많다. 그 수가 많아지다 보니 구단에서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가끔 선수단 방까지 찾아내는 극성팬들까지 있다. 사인볼을 팔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장사꾼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처럼 팬서비스 논란이 계속 불거지자 리그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메이저리그처럼 경기 시작 전 훈련을 마친 뒤 야구장 내에서 팬들과 접촉 시간을 늘리거나 정기적인 팬 사인회를 개최하는 방식이다. 선수들도 팬들과 만남에 발을 빼거나 불성실하게 임할 것이 아니라 먼저 다가서서 모범이 돼야 한다. 사인이 어려우면 손을 흔들거나 손을 마주칠 수 있고, 인사라도 한 번 하면 팬들에게 환호받을 수 있다.
팬서비스 논란을 자초한 것은 명백히 선수들이다. 프로 선수로서 팬서비스 교육이 미비하고, 경직된 선후배 문화 속에서 팬들과 스킨십에 소홀해지고 있다. 정중한 거절 또는 양해를 구할 수 있는 일도 침묵 또는 도망으로 일관하며 팬들을 무안하게 한다. 이런 자세는 더 이상 안 된다.
여기에 일부 몰상식한 팬들의 엇나간 팬심도 선수들을 더 멀어지게 한다. 선수들부터 먼저 달라져야 하겠지만, 그에 맞춰 팬들의 성숙된 배려와 매너도 필요하다. 새로운 팬서비스 문화는 선수와 팬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