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에게 한국 태권도를 전파해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 ‘태권도의 대부’로 불린 이준구(미국명 준 리)씨가 3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매클린시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인은 1957년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텍사스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1962년 미국 수도인 워싱턴D.C에서 도장을 차리고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당시 강도를 당한 연방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태권도를 배우면 강도를 당하지 않는다”고 설득해 태권도를 배우게 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 일은 추후 미국 전역에 태권도 바람을 일으킨 계기가 됐다.
명성을 얻은 그는 의회의사당 안에 태권도장을 설치하고, 상·하원 의원 300여명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도 했다. 톰 폴리,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이 그의 제자다.
워싱턴D.C에 태권도를 전파한 지 40년을 넘긴 2003년 6월 28일, 당시 워싱턴D.C 시장은 그의 공로를 인정해 ‘이준구의 날’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씨는 또 2000년 미 정부가 발표한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인’의 한 명으로 선정됐으며,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름이 실리기도 했다.
이씨는 태권도계뿐 아니라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명성을 얻었다. 세계 헤비급 복싱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철권도의 창시자인 영화배우 이소룡(브루스 리)의 태권도 스승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이씨는 생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자를 숫자로 따지면 수백만명은 될 것”이라며 “이소룡한테는 족기(발기술)를 가르치고, 나는 그로부터 수기(손기술)를 배웠다”고 말했다.
일흔을 넘겨서도 매일 팔굽혀펴기 1000개를 하고 송판을 격파하던 그는 7~8년 전 대상포진이 발병한 후 건강이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부인 테레사 리 여사와 지미 리(메릴랜드주 특수산업부 장관) 등 3남 1녀가 있다.
영결식은 5월 8일 오전 11시 매클린 바이블 교회에서 열리며, 장지는 인근 폴스처치의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