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사람들 생활에 영향을 주며 사고를 확장시킵니다. 저는 30년 동안 건물과 주변 환경을 조화시키는 건축을 고집했고, 어떻게 하면 건물 내부가 외부와 이어질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제 작품은 그 결과물이죠."
일본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妹島和世·62·작은 사진)가 지난달 26일 대한건축학회에서 연 '2018 건축도시대회 서울' 강연차 서울을 찾았다.
그는 니시자와 류에(西沢立衛·52)와 함께 '사나(SANAA)'라는 팀으로 활동하며 2010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사람이다. 스위스 롤렉스 러닝센터, 미국 코네티컷주 그레이스팜,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랑스 분관, 일본 쓰루오카 문화홀 등이 사나의 최근작이다.
강연장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건축에 대해 "건물이 외부와 단절되는 것을 줄이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세지마 건축의 특징으로는 개방성과 투명성, 건물과 주변 환경의 조화가 손꼽힌다. "건물을 지으면 내·외부가 구분되며 어쩔 수 없이 그 공간과 구성원을 어느 정도 실내에 가두게 됩니다. 이를 해소하고 적극적으로 외부와 관계 맺을 수 있게 하려는 겁니다." 그는 "그동안 투명한 유리와 반사가 잘되는 금속을 많이 썼는데, 앞으로는 흙 같은 부드러운 소재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여성 건축가'라는 수식어가 늘 뒤따른다. 역대 프리츠커상 수상자 중 여성은 세지마와 2016년 작고한 자하 하디드뿐이다. 강연장에서 한 학생이 "여성 건축학도로서 성공한 여성 건축가를 뵙게 돼 영광"이라고 하자 그는 미소 지으면서 단호하게 "남녀 구분 없이 건축에 임해줬으면 한다"고 답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대학 건축학과에도 다양한 인간상이 있죠. 활발한 남성, 그보다 더 활발한 여성…. 여성에게 출산이라는 벽이 있었지만, 요즘은 남성도 '육아 때문에 일찍 퇴근하겠다'고 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젊은 여성이 앞으로도 많이 노력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얼마 전 새로운 도전을 했다. 올해 운행 시작 예정인 일본 세이부철도의 새 특급열차를 디자인한 것. 마치 거울 같은 알루미늄으로 몸체를 뒤덮었다. 그는 "열차는 처음이라 걱정됐지만 열차도 결국 일종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올 때 역에 서 있는 아이가 열차에 비치고, 밖을 달릴 땐 건물이나 자연, 하늘을 비출 거예요. 그러면서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겁니다."
세지마와 니시자와의 공동 작업은 1995년 이래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세지마가 먼저 제안했다. 이유가 뭘까. "재밌어서요. 저와 다르게 생각하는 게. 지금도 회의 때마다 저와 다른 의견을 내놓거든요." 그는 "아직도 혼자서 '이거다' 하고 결정짓는 게 어렵다"며 "그럴 때마다 니시자와와 의견을 주고받는다"며 웃었다.
그는 어렸을 때 한 잡지에서 세계적 건축가 기쿠다케 기요노리의 건물 '스카이하우스'를 보고 건축의 길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그 건물은 한동안 잊고 있었어요. 막상 건축학을 전공한 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하다가 고른 거예요(웃음)." 이날 세지마 강연장엔 12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인터뷰를 마치자 학생 수십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지마는 그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