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 아름다운 적폐 페스티벌’에서 영화감독 최공재(오른쪽)씨가 무대에서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7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 시민 150여 명이 모였다. 벽면에 '더 아름다운 적폐 페스티벌'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행사 주최자 이름도 '더적폐연대'. 적폐 청산이 시대정신처럼 된 상황에서 '적폐(積弊)'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와 신보라 의원 등 정치인들도 있었지만, 아들 둘과 함께 온 엄마, 한국대학생포럼 소속 대학생, 매주 '보수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 등 다양한 연령대가 모였다. 이들이 실제 '잘못된 관행'인 적폐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한 참석자는 "보수를 무조건 적폐로 모는 현 정부를 풍자하는 자리"라고 했다. 행사를 총괄한 영화감독 최공재(47)씨는 "'적폐'로 몰릴까 두려워 위축됐던 우파 성향 지지자들이 자신 있게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차기환 변호사가 "우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뜨거운 가슴으로 뭉친 적폐(赤肺) 아니냐"고 하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남정욱 작가가 "우리는 적에게 폐를 끼치는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말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시상식 형태로 진행된 행사에 뮤지컬과 일레트로닉 공연 등이 분위기를 돋웠다. 미래적폐상, 적폐파이터상, 적폐설계상, 적폐대상 등 4개 부문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대상은 지난 20일 보석으로 석방된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돌아갔다. 허 전 행정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 시민단체에 기업이 지원금을 주도록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었다. 그는 "현 정권은 자유를 지키는 이들에 대해 보복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KBS 이사에서 강제로 물러난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적폐파이터상을 받았다. '평창유감'으로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래퍼 벌레소년, 한국대학생포럼 등 젊은 보수 성향 활동가들도 수상 후보 명단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