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26일 아이들에게 '점령'당했다. 미국에서 매년 4월 네 번째 목요일(26일)은 부모들이 '아이를 직장에 데려오는 날(Take Your Kids To Work Day)'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출입기자들과 직원들이 데려온 수십 명의 아이를 맞았다. 그는 아이들이 내미는 일일 프레스카드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쓰인 모자에 일일이 사인하면서도, 평소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는 아이들 부모에 대한 조롱도 잊지 않았다. "너희 부모들이 오늘 소리도 안 지르고 얼마나 나이스(nice)한지 보세요. 믿을 수가 없네. 너희들 앞에서 곤란해지지 않으려는 것 같구나!"

그는 이어 "애들이 정말 예의 바르다"고 칭찬하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무실"로 안내했다. "부모님들도 같이 들어오라고 할까?"라는 대통령의 질문에, 아이들은 "아니요(out)"라고 외쳤다. 그는 집무실 책상 주변에 몰려든 아이들을 취재하는 엄마·아빠 기자들에게 "솔직히 말하면, 애들이 더 나은 질문을 한다"고 말했다.

출입기자 아이들 만난 트럼프 “너희 부모님이 이렇게 친절하다니…”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자녀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터에 자녀 데리고 가는 날’(4월 마지막 목요일)을 맞아 출입기자들의 자녀를 백악관에 초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들에게 “너희 부모가 지금은 이렇게 친절하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라고 했다. 평소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이날은 웃는 모습을 보이자 ‘뼈 있는 농담’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꼬마 기자단을 상대로 일일 질문을 받았다. 샌더스는 "엄마·아빠들 질문보다 쉬웠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까다로운 질문이 계속되자 샌더스는 연신 "어휴, 어렵네. 부모가 시켰니?"라고 물으면서도 친절하게 답했다.

한 아이는 이날 보훈장관 후보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 로니 잭슨에 대해 "대통령은 잭슨에게 쏟아진 (음주운전 및 관용차량 파손 등) 비난에도 그를 신뢰하나요?"라고 물었다.

또 다른 아이는 "제임스 코미(전 연방수사국장)를 왜 해고했어요?"라고 물었다. 샌더스는 난처한 듯 "도대체 누구 아들이야?"라고 물었다. 아이가 '브라이언'이라고 아빠 이름을 대자, 샌더스는 "브라이언은 앞으로 질문 금지예요"라고 농담을 먼저 한 뒤 답변을 해주었다. "최고 법 집행기구 수장으로선 옳지 않은 일을 했어요."

"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를 폭격했죠?"라는 질문에 샌더스가 "우와! 정말 힘든 청중이네"라고 하자, 아이는 "내가 직접 생각한 질문이에요"라고 화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샌더스는 "대통령은 정말 나쁜 짓을 하는 어떤 사람들에겐 '그건 안 좋은 일이야'라고 분명히 알리고, 더 이상 그런 짓을 못하게 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제일 좋아하는 동물"을 묻는 아이에겐 "아마 코끼리(공화당의 상징) 아닐까. 제일 싫어하는 동물은 당나귀(민주당 상징)일 거예요"라는 대답이 따랐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7월 13일 영국 방문 계획을 최초로 밝힌 것도 이들 꼬마 기자단 앞에서였다. 샌더스 대변인은 아이들에게 "엘리자베스 2세가 어느 나라 여왕이지?" "최근에 아이를 낳은 공주는?"이라고 물은 뒤에,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