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이다’라는 한 줄 평을 들어봤다.

청와대는 이날 “어느 수준에서 비핵화를 합의할 수 있을지 참 어렵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대화에서는 비핵화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대화가 마지막 기회” “평화의 시작”이라는 기대섞인 전망과 함께, “현실적으로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한줄 평.(가나다 순)

◇고유환 동국대 교수

- “2018 남북정상회담은 ‘길잡이’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은 연결된 문제다. 이번 회담의 핵심 키워드는 비핵 평화로 가는 초안을 만드는 것이다. 핵문제는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돼 있지만, 이것은 남북정상회담에서만 다뤄질 수 없다. 해결도 안 된다. 다만, 이후 미북,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프로세스를 가지고 갈 때 방향키를 잡아줄 수 있는 초안은 마련될 것이다. 서로 의지를 확인하고, 서로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말 대(對) 말’의 교환을 우선 해야 한다. 본격적인 ‘행동 대 행동’으로 이어지는 협상은 미북 정상회담 때 이뤄질 것이다. 이번에는 비핵 평화 프로세스의 큰 방향을 설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종전선언이라든가 평화협정으로 가겠다는 북한의 말을 끌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 “2018 남북정상회담은 ‘격화소양(隔靴搔痒)’이다.”

“신발 신고 발바닥을 긁는다는 의미다. 애써서 발바닥을 긁지만 정작 가려운 것을 긁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의 목적을 잘 이루지 못해 감질난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운명 앞에 서는 것처럼 비장하게 임하는 것 같다. 그런데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적에 다다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러가지 눈에 보이는 것들, 의전부터 시작해서 디테일은 엄청 신경 쓰고 있는데 전략과 전술에는 얼마나 의지를 갖고 나가는지 잘 모르겠다. 신발 신고 발바닥 긁는 것처럼 비핵화라는 지상 최대의 목표를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

◇김용현 동국대 교수

- “2018 남북정상회담은 ‘평화’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새로운 평화의 시작이다. 제2의 몰타 회담(1989년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탈냉전’을 선언한 회담)으로 한반도 냉전 체제를 해체하는 분기점이자, 평화의 출발점이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 “2018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의 출발선이다. 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로 가는 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한반도 평화의 궁극적인 방향은 공동번영과 통일이다. 여기까진 상당히 긴 과정이다. 남북 간에 쌓인 여러 복잡한 사안을 해결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그 길에 들어서는 담대한 출발을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 “2018 남북정상회담은 ‘유혹’이다.”

“봄날의 마지막 금요일 금단 지역에서의 만남을 거부하긴 어렵다. 아름다운 여성이 데이트를 하자고 유혹하고, 이것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여성은 자기 속내가 따로 있는 사람이다. 이 유혹에 와인을 한잔씩 마시겠지만, 이것이 독배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유혹에 빠져 요구를 하나씩 들어주게 될 수 있다. 유혹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

- “2018 남북정상회담은 ‘현상타파’여야 한다.”

“북핵 폐기를 위한 창조적인 현상타파를 모색해야 한다. 제네바 합의문식 ‘로드맵’이 아니라 핵폐기 수순을 명확히 한 타임테이블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전원회의를 열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하고 핵폐기가 아닌 핵동결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회담에서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등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치적인 요식행위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정상회담에서 북핵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동결을 입구로 해서 폐기를 출구로 하고 그 안에 단계별로 보상한다는 것은 이론적인 희망사항일 뿐이다. 미국이 말하는 것처럼 1년 내에 어떻게 할 것인지, 핵폐기 수순을 밝혀야 한다.”

◇송종환 경남대 석좌교수

- “2018 남북정상회담은 ‘위기(위험한 기회)’다.”

“이번 정상회담은 대화로 북핵을 폐기할 마지막 기회다. 남북정상회담 이뤄진 뒤 여기서 합의된 말들로 이후 미북정상회담 이뤄질 텐데, 대화가 어그러지게 된다면 세계적으로 우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때는 군사적 옵션밖에 남지 않게 된다. 굉장히 위험한 기회다. 아울러 지난 두 번 정상회담처럼 해석을 달리하는 선언은 합의하지 않아야 한다. 북핵을 사찰·검증하는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신원식 전 합참작전본부장

- “2018 남북정상회담은 비핵화가 메인요리가 되어야 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주메뉴는 비핵화이고, 디저트는 남북관계 개선이다. 그런데 이 주메뉴와 디저트의 순서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객전도(主客顚倒)가 안 됐으면 좋겠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부차적인 내용이 이번 회담의 주제인 비핵화, 북핵 폐기를 대신하지 않아야 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 “2018 남북정상회담은 ‘평화적 비핵화의 마지막 기회’다.”

“이번 정상회담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다.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해 비핵화를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면 한국이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비핵화 해결을 위한 신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질적인 콘텐츠보다는 의전과 상징물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아 우려된다.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한 회담이 돼야 한다.”

◇이서항 한국해양전략연구소장

- “2018 남북정상회담은 ‘기대와 검증’이다.”

“북핵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무엇이라도 나서서 일하는 모양새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약간 기대가 된다. 다만 희망적 사고는 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의 ‘말’에 너무 기대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 당국이 전하는 말과 약속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자세도 필요하다. 우리 혼자 짐짓 앞서나가면서 평화가 온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이지수 명지대 교수

- “2018 남북정상회담은 ‘만들어진 환상’이다.”

“김정은 호는 환상 속에 엄숙하게 침몰하고 있다. 그런데 침몰하는 것을 본인도 모르고 있다. 1989년 12월 고르바초프와 부시는 몰타에서 냉전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고르바초프가 냉전 종식을 선언하기 전에 이미 소련 사회주의체제는 사실상 붕괴했지만 소련 인민들이나 외부세계 누구도 이를 자각하지 못했었다. 북한체제 역시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사회주의시스템이 와해됐지만 정치적으로 확인이 안 됐을 뿐이다. 김정은이 무엇이라고 하든, 그 의도가 무엇이든, 아마도 북한에는 단기간에 엄청난 우여곡절의 격변이 있을 것이다. 정상회담이라는 허상에 휘말리지 말고 모두가 자기의 각자 본분을 충실히 지킴으로써 우리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2018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의 초석을 놓는 것’이다.”

“이번 회담은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비핵화를 포함해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초석을 놓는 회담이다. 평화 초석의 핵심은 바로 비핵화다. 이와 함께 남북 간 해결해야 할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가 중요하다. 이번 회담에선 높은 수준의 긴장 완화 조치가 나올 것이라 예상한다. 좀 더 밝고 긍정적인 남북한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 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2018 남북정상회담은 ‘냉전 해체의 시작’이다.”

“동아시아 냉전 체제의 마지막 남은 지역이 바로 한반도다. 내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미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면서 냉전 해체의 출발선이 될 것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 “2018 남북정상회담은 ‘리트머스 시험지’다.”

“북한의 ‘핵폐기’에 대한 진의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이자,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회담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회담을 통해서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다. 회담 이후 평화·협력이냐, 갈등·대립이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갈림길’ ‘분수령’이라고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