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 사건은 드루킹 김동원(49)씨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축으로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드루킹 일당의 행동대장 격인 ‘성원’ 김모(49)씨와 김경수 의원 보좌관 한모(49)씨의 500만원 금전거래 △드루킹 일당 자금관리책 파로스 김모(49)씨의 등장 △노무현 정부 시절 이주민 서울경찰청장과 김 의원 인연까지 드러나면서 일부에서는 ‘드루킹 게이트’라는 말까지 나온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드루킹 사건’ 등장인물을 정리해보니, 사건 직접 연루자 5명 중 4명(김경수 의원, 의원 보좌관, 드루킹, 파로스)이 ‘386 세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①드루킹 (김동원, 49세)
'드루킹' 김동원이 인터넷 여론 조작을 업(業)으로 삼았다는 정황은 경찰 수사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반(反)정권 성향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그가 민주당원이라는 점에서 '반전 충격'을 주었다.
김경수 의원 측과의 친소 및 금전 관계가 어느 정도였는가에 따라 사건의 '폭발력'이 가늠될 전망이다. 김씨는 인터넷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연(年)운영비가 11억원이라고 소개글에 적었는데, '과장'이 있다쳐도 수억원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명지대를 나와 건설사에 다니다 관둔 후 그에게는 뚜렷한 직업이 없었고, 매매가 2억원인 파주의 아파트도 현재 이혼 소송 중인 부인 명의로 돼 있다. 그는 구속 전 이런 글을 남겼다. "대선 댓글 진짜 배후 알려줄까?" 네티즌들은 "느릅나무는 누구 겁니까"라며 '전주(錢主)'를 캐고 있다.
② 김경수 (51세)
일단 현재까지 '드루킹 사건'으로 가장 타격
을 입은 정치인이다. 지난 대선에서 그는 문재인 후보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그는 '드루킹'이라는 허들을 넘어야 '도지사 레이스'에서 전력 질주할 수 있다.
핵심은 김 의원이 댓글 조작에 어느 정도 관여했느냐는 것이다. 드루킹에 대해 말을 여러 차례 뒤집었다. "드루킹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며 스스로 연락을 하고 찾아온 사람"이라고 했지만, 얼마 후 비밀 문자 프로그램으로 수십 차례 이상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후보 '방어'를 지시하는 듯한 기사의 주소를 넘기기도 했고, "홍보해 주세요" "네이버 댓글은 반응이 원래 이런가요?" 등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드루킹 일당은 김 의원을 '바둑이'라는 은어(隱語)로 불렀다는 증언도 나왔다.
1948년 간행한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는 '영희와 철수, 그리고 바둑이'가 등장한다. 셋은 한 가족이나 다름없다. 김경수 의원이 '바둑이'라면, 영희와 철수는 누구일까.
③ 한OO 보좌관 (49세)
김경수 의원 보좌관이다. 경찰은 한모(49)씨가 지난해 9월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았다가 드루킹이 구속된 다음 날 돈을 돌려줬다고 했다. 드루킹 일당인 김모(49·필명 성원)씨가 전자담배인 '아이코스' 1보루(10갑) 박스에 돈을 담아 줬다고 한다. 한 보좌관이 궐련을 피우는지, 아이코스를 피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조만간 한 보좌관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 보좌관은 서울대 인류학과 89학번으로, 김 의원(86학번)의 과 후배다. 전국대학생총연합회(전대협) 출신의 운동권으로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국민제안 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드루킹 일당은 한 보좌관을 가리켜 '벼룩'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측은 "(돈 거래 사실을 안 이후) 보좌관으로부터 사표를 받았다"고 했지만, 24일 오후 4시 현재 국회 내부망인 '국회인적자원관리시스템'에는 한 보좌관의 이름이 여전히 등록돼 있다. 말 그대로 사표를 '받기만' 한 것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아직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김경수 의원과는 통상적 '국회의원-보좌관'의 상하관계보다는 '동지적 관계'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④ 파로스(김씨, 49세)
'파로스(Pharos)'는 브랜드명이나 ID로 종종 쓰인다. 이 경우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보다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파로스 등대'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드루킹 일당의 회계책임자인 또 다른 김모(49)씨의 경우도 그런 경우로 보인다. 드루킹은 구속된 후 쓴 옥중편지에서 "파로스를 잘 따르라"고 썼다.
그는 드루킹과는 동갑이다. 이들의 몇 안 되는 공식 돈줄인 비누업체 '플로랄맘' 입금 계좌가 이 사람 이름으로 되어 있다. 경찰은 현재 참고인 신분으로 김씨를 여러 차례 대면조사했는데 "수사에 대해 매우 비협조적인 상태"라고 전했다.
드루킹과 파로스는 2016년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선거캠프 자원봉사자의 계좌로 2차례에 걸쳐 100만 원을 보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었다.
⑤서유기(박씨, 30세)
'서유기' 박모(30)씨는 경공모 공식 자금 출처인 비누업체 '플로랄맘'의 대표다. 드루킹 김씨와는 채권자·채무자 관계로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김씨에게 댓글 순위를 조작할 때 쓰인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 프로그램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다.경찰은 박씨가 매크로를 어떤 경로로 구매했는지 등을 파악 중이다
서유기, 파로스, 성원은 드루킹 일당의 3대 핵심인물로 꼽힌다.
⑥ 안철수 바른미래당 대표(56)
지난해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이렇게 물었다.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이 질문을 '드루킹'에게 먼저 했어야 했다. 드루킹은 2012년 10월 블로그 글에서 안 후보를 가리켜 'MB 아바타'라고 공격했고, 지난 대선에서만 안철수 비난 글을 250개 이상 올렸다.
'드루킹 사건' 이후 안 후보는 "드루킹의 여론조작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보다 심각하다" "측근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을) 여러 차례 만나고, 김정숙 여사도 경인선(드루킹이 주도한 모임)을 알았는데 문 대통령이 몰랐겠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바둑이'와 친한 '철수'는 '안철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⑦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
‘드루킹 사건’의 수사 책임자다. 이주민 서울청장은 ‘드루킹 사건’ 초기인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수 의원이 관여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후 김 의원과 드루킹의 문자 송수신이 드러나며 이 청장의 설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요즘 말로 김 의원에 대해 ‘쉴드’(Shield·방패)를 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
이 청장은 노무현 정부 집권 초기인 2003~2004년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했다. 당시 김경수 의원은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했다. 과거의 인연이 얼마나 깊은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청장은 자신의 발언 및 경찰의 수사 속도에 대한 비판이 일자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