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인도·호주·캐나다 등 세계 53개 국가가 속해 있는 코먼웰스(영연방)의 차기 수장에 영국의 찰스(69) 왕세자가 내정됐다. 코먼웰스 46개국 정상들은 런던 서쪽 윈저궁에서 비공개회의를 열고, 현 코먼웰스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물러나면, 찰스 왕세자가 이를 승계하는 안을 20일(현지 시각) 승인했다.
우리는 영연방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코먼웰스(The Commonwealth of Nations)이다. 영연방이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의 연방체인 걸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시작은 20세기 초 대영제국 시절 식민지들을 모아 결성했던 '브리티시 코먼웰스'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식민지들이 독립하자, 영국은 1949년 인도·파키스탄·캐나다 등 구(舊)식민지와 함께 8개국이 '브리티시(British)'라는 단어를 뺀 '코먼웰스'로 재출발했다.
이후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도 코먼웰스에 다시 가입했고, 식민지였던 적도 없던 모잠비크(1995년 가입)·르완다(2009년)도 "우리도 가입하고 싶다"고 해서 회원국이 됐다. 코먼웰스는 영국과 과거 식민지들의 연방체가 아닌 것이다. 53개국 중 영국 국왕이 '국가수반(head of state)'이나 '군주(monarch)'가 되는 나라는 16개국에 불과하다. 인도·파키스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에서 영국 왕은 아무런 공식 직책이 없다. 이 때문에 영국 국왕이 당연직으로 코먼웰스 수장을 계승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코먼웰스를 중국에 대항하는 정치 기구로 이끌기 위해 '지도적' 역할을 요구했다. 일부에선 수장 순환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코먼웰스'라는 단어 자체는 '공동선(共同善)을 꾀하는 대의(代議)적 정치 공동체'라는 뜻으로, 영국에선 15세기부터 쓰였다. '공화국(republic)'과도 종종 혼용됐다. 미국 50개 주 중에서 켄터키·매사추세츠·펜실베이니아·버지니아주는 '주(state)' 대신에 '코먼웰스'로 스스로를 공식 표기한다. 또 1991년 결성된 구(舊) 소비에트연방 독립국들의 기구인 CIS도 '코먼웰스'란 표현을 쓴다.
회원국들은 자유·인권·민주적 정부 구조 등의 가치를 공유한다. 그래서 짐바브웨는 2003년 선거 부정으로 자격이 '정지'되자 탈퇴하기도 했고, 남아공과 파키스탄도 인종차별(1961년)과 쿠데타(1999년)로 탈퇴했다가 나중에 재가입했다. 내년에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영국은 대안으로 코먼웰스 국가들과의 결속 강화를 원한다. 하지만 영국의 가디언은 "공동의 정체성도 없이, 과거 식민지와 제국주의 주인이 한데 모이는 대영제국 2.0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입력 2018.04.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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