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하수도 요금이 1983년 요금 징수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상수도 요금을 역전했다. 먹는 물보다 버리는 물이 더 비싸진 시대가 된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 상수도 요금이 1t당 평균 567원, 하수도 요금이 571원이 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서울 상수도 요금은 하수도 요금보다 1t당 평균 2원이 더 비쌌다.
서울시의 하수도 요금은 지난해부터 올랐다. 시는 하수도 요금이 처리 원가의 63%(2016년 말 기준)밖에 안 된다는 이유로 2017~2019년 매년 10% 인상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노후 하수관 교체와 한강 방류수 수질 개선 등에 투자를 많이 해 하수도 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상·하수도 요금 역전 현상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부 권고에 따라 2016년 전후로 조례를 개정해 잇따라 하수도 요금을 인상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지방 공기업 경영 합리화 방침'을 내리고 지자체 하수도 요금을 시설비와 유지 보수 비용의 60%까지 끌어올리라고 권고했다.
전북 익산에서는 2016년부터 하수도 요금을 매년 25% 인상해 올해 하수도 요금이 상수도 요금보다 비싸졌다. 익산의 한 음식점은 지난달 수돗물 148t을 사용해 상수도 요금으로 15만2700원, 하수도 요금으로 26만3220원을 냈다. 하수도 요금이 상수도의 2배 정도 든 것이다. 전북 지역 14개 시·군 가운데 군산·완주·무주 등 7개 시·군도 하수도 요금을 올릴 예정이다.
전남 목포시는 이미 지난해 2월부터 상·하수도 요금이 역전됐다. 대개 하수도 요금은 물 사용량이 많으면 누진제가 적용돼 비싸진다. 목포의 경우 한 가구의 한 달 물 사용량이 13t을 넘으면 하수도 요금이 수돗물 요금보다 더 많이 나온다. 목포의 한 가구 월평균 수돗물 사용량은 15t이다. 대부분 가정이 하수도 요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
충북 청주에서는 가정용 하수도 요금(사용량 20t 이하)이 수돗물 요금보다 110원이 비싼 560원이다. 청주는 가정용 하수도 요금을 2016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14~20%씩 인상했다. 경기도 성남은 한 달에 20t 이상 수돗물을 쓰는 가구의 하수도 요금을 상수도 요금(1t당 340원)보다 136원 많은 1t당 476원으로 잡았다.
상업용 하수도 요금이 대폭 오른 곳도 많다. 대구는 100t 이상 물을 사용하는 상업용 하수도 요금이 1t당 1630원으로 올라 상수도 요금(1t당 1120원)보다 비싸졌다. 대전에서도 상업용 하수도 요금이 사용량에 따라 1t당 760~1440원이라 상수도 요금(1t당 650~1100원)보다 훨씬 비싸다.
지자체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하수 처리 비용 때문에 하수도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청주의 수도 사업 관계자는 "시의 하수도 사업 손실액이 커지면서 재정에 부담을 줘 점진적으로 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전북의 수도 사업 관계자는 "상수도 요금은 대부분 원가 대비 50~89%로 요금이 책정된 반면 하수도 요금은 원가 대비 7~23% 수준의 낮은 금액이 적용된 곳이 많다"며 "상·하수도 요금 역전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