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를 닮은 얼굴과 짧은 다리가 특징인 강아지 '웰시 코기' 견종은 영국 왕가를 대표하는 '로열견'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0여 년간 엘리자베스 2세(92) 영국 여왕과 함께한 웰시 코기 일가(一家)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5일(이하 현지 시각) 대를 이은 마지막 로열견이 세상을 떠났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7일 "여왕이 반려견 '윌로'의 죽음으로 큰 상심에 빠져 있다"고 왕실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윌로는 올해 열네 살(사람 노인 나이에 해당) 웰시 코기로 암 투병 중이었다고 한다. 윌로는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오프닝 영상과 여왕의 90세 생일 기념 화보에도 함께 출연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각별한 웰시 코기 사랑은 영국민들에게는 유명한 이야기다. 여왕은 1944년 18세 생일 선물로 웰시 코기 '수잔'을 선물 받았는데, 수잔을 신혼여행에도 몰래 데려갈 정도로 아꼈다고 한다. 수잔이 낳은 새끼들도 자연히 여왕의 반려견이 됐다. 그렇게 74년 동안 여왕의 손을 거쳐 간 수잔의 대대손손 자손들이 30마리가 넘으면서, 웰시 코기는 자연스럽게 왕실 '로열견'으로 자리 잡았다.
웰시 코기는 여왕의 가족이자 왕실 일원으로 대접받았다. 깨끗한 침대 시트가 깔린 넓은 강아지 전용 방을 쓰고, 요리사가 만들어준 스테이크·닭가슴살 구이로 식사했다. 여왕이 먹던 간식을 나눠주는 일도 자주 있었다. 한 왕실 직원이 장난삼아 웰시 코기가 먹는 음식에 술을 섞어서 줬다가 직위가 강등된 적도 있다.
이번 윌로의 죽음으로 수잔부터 시작된 로열견의 혈통은 끊겼다. 2015년 더 이상의 번식 작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고령인 여왕이 자신이 죽고 난 뒤 웰시 코기만 남겨지길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