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17일 주모자 김모(필명 드루킹)씨를 비롯한 관계자들 자금 출처 확인 등을 위해 수사팀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김씨가 댓글 공장 근거지로 썼던 출판사 운영비 등을 누구로부터 어떻게 조달했는지, 들어온 돈을 어디에 썼는지 등을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자금 출처 조사는 수사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수사 착수 후 두 달이 넘었고 김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뒤로도 20여 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 한다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원'과 정권 실세 이름이 나오자 사건을 덮을 궁리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도가 나오자 마지못해 자금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지금 경찰은 수사 주체가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드루킹' 김씨는 지난 1월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 측에 자신들의 모임을 소개하기 위해 보낸 자료에서 "운영자금은 연 11억원"이라고 밝혔다. 실제 많은 돈을 썼다.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건물 3개 층, 총 280㎡를 임대해 사용했다. 임차료만 월 485만원, 연간 5820만원이다. 여론 조작을 위해 사용한 휴대폰이 압수된 것만 170여 대라고 한다. 아무리 싼 요금제로 등록했다 하더라도 연간 수천만원이 들었을 것이고 170여 대가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수많은 댓글을 달고 작업을 하기 위해선 상당한 인원이 필요하고 그들이 전부 '무료 봉사'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업 확장과 김씨 개인 일에도 비용이 꽤 들어갔다는 보도도 있다.
경찰은 지난 두 달간 이 돈이 다 어디서 나왔는지 의문도 들지 않았나. 김씨는 모임 소개 자료에서 연 11억원을 "기부금·후원금을 받지 않고, 강연 수입 등으로 충당한다"고 했지만 믿기 어렵다. 연 11억원을 모으려면 하루에 300만원 넘게 벌어야 한다. 가능하지 않은 얘기다. 출판단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말에 소규모 비공개 강연을 열었던 정도라고 한다. 모임 회원들을 상대로 비누나 건강음료 등을 판매해 얻은 수익이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런 것이라면 간단한 계좌 조회나 판매 자료 확인만으로도 이미 증명이 끝났을 일이다. 김씨가 운영한 출판사는 8년 동안 책 한 권 낸 적 없으니 그 수입도 아니다. 결국 어디선가 돈이 들어왔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그런데도 두 달이나 지나 자금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대선 직전인 작년 5월 중앙선관위가 김씨 등의 불법 선거운동에 대해 수사 의뢰를 했지만 대선이 끝난 뒤인 11월에 불기소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검찰이 당시에 자금 추적을 제대로 했는지도 의문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어제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방문해 당시 수사에 대해 항의하자 "미진한 부분이 있었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차 지나간 뒤에 손 들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검찰 역시 수사받아야 할 대상이다.
이 사건은 대선 기간을 포함해 대규모 댓글 조작을 통해 여론을 왜곡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김씨 등 몇몇이 연간 11억원씩 써가면서 이런 일을 개인적으로 벌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권력과의 연계가 밝혀지면 중대 사건이 된다.
청와대와 여권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한다. 대선 기간에 건물 3개 층을 빌려 휴대폰 수백대로 문재인 후보 지지 댓글 공작을 했는데 피해자라니 무슨 논리인지 알 수 없다. 어차피 이 경찰이나 검찰의 재수사는 국민이 믿지 않는다. 청와대와 여권이 정말 '피해자'라면 빨리 특검을 수용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