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번호 42번이 던진 공을 42번 선수가 쳤다. 높게 뜬 타구는 42번을 단 선수에게 잡혔다. 16일 미국 메이저리그(MLB) 모든 경기에서 나온 장면이다.

15일(현지 시각)은 MLB의 첫 흑인 선수 고(故) 재키 로빈슨〈사진〉을 기리는 날이다. 이에 따라 모든 선수가 로빈슨의 선수 시절 등 번호였던 '42번'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로빈슨은 1947년 백인 중심이었던 MLB의 인종 장벽을 처음으로 무너뜨렸다. UCLA를 졸업하고 2차 세계대전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당시 브루클린을 연고지로 했던 다저스(현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로빈슨은 흑인에 냉담했던 당시 야구계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훌륭한 인성과 실력으로 리그를 평정했다. 1947년 신인왕, 1949년 MVP에 선정됐고, 다저스의 1955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로빈슨은 1962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메이저리그는 인종의 벽을 허물고 최고 기량을 선보인 그를 기려 1997년 그의 등 번호 42번을 전(全) 구단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미국 야구계에선 '베이브 루스가 야구를 바꿨다면 로빈슨은 미국을 바꿨다'고 평가한다.

등 번호 ‘42번’은 흑인 최초로 MLB 선수가 된 고(故) 재키 로빈슨의 번호였다. 그가 최초로 빅리그 무대를 밟았던 4월 15일(미국 현지 시각)이 되면 모든 선수가 그의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42번을 달고 경기에 나선다.

다만 이날 미국 전역이 그를 기리지는 못했다. 16경기(더블헤더 포함) 중 6경기가 한파와 눈보라 등 날씨 탓에 취소됐다. 오타니 쇼헤이(24·LA에인절스)가 등판할 예정이던 에인절스와 캔자스시티 로열스전도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