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부터 붐비기 시작하던 결혼식장은 몇 년 전부터 겨울철 결혼식장만 못하다. 날씨가 추워 결혼식 올리기 꺼렸던 겨울에 결혼하는 연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혼인 건수는 12월이 약 2만7600건(10.4%)으로 가장 많았고, 5월(10.2%), 11월(9.3%) 순이었다.

'한 살 더 먹기 전에 결혼하자'는 이유가 가장 크다. 울산에 사는 직장인 전희연(29)씨는 지난해 12월 31일 결혼식을 올렸다. 전씨는 "남편에게 7월에 프러포즈를 받았는데 부모님이 나이 서른 넘기기 전에 결혼하기를 원하셔서 일사천리로 진행했다"며 "날씨가 추워 하객들에게 미안했지만, 해 넘기기 전에 식을 올리되 최대한 준비 시간을 가지려다 보니 연말에 날짜를 잡게 됐다"고 했다.

겨울에 결혼하는 커플이 많아지면서 웨딩 촬영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흰색 모피를 걸치고 빨간색 꽃 부케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 스타일이 겨울 웨딩 촬영의 특징이다.

웨딩플래너 김미진(38)씨는 "결혼을 미루다가 '올해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다 보니 연말에 결혼식이 몰리는 것"이라며 "작은 결혼식이 많아지면서 결혼식을 신성한 의식이라기보다 파티 개념으로 여기며 일부러 12월 24일이나 31일에 맞춰 식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2.9세, 여자 30.2세로 10년 전보다 남자 1.8세, 여자는 2.2세 높아졌다.

겨울 결혼이 늘며 웨딩 관련 업체는 초봄이 아니라 가을과 초겨울이 성수기다. 웨딩사진업체 로이스튜디오 정은미 팀장은 "이전에는 신부들이 어깨와 다리를 시원하게 드러낸 드레스를 입길 원했지만, 요즘은 겨울에 결혼하는 분이 많다 보니 흰색 모피를 두르거나 따뜻한 느낌이 드는 부케를 들고 사진 찍는 경우가 많다"며 "게다가 겨울이 없는 동남아 커플이 한국에서 설경을 바탕으로 웨딩 사진 찍으러 오는 경우가 많아져 날씨가 추워질수록 더 바빠진다"고 했다.

봄·가을에 많은 '예식장 노쇼' 때문에 결과적으로 연말 결혼식 수가 많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대부분 웨딩홀은 한 달 전까지 결혼식장 예약을 취소하면 위약금을 물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봄·가을 결혼 시즌에 맞춰 웨딩홀을 3~4개씩 예약해 뒀다가 가장 좋은 날짜와 예산 등을 고민하다가 한 달 전 예약을 취소하는 커플이 많다고 한다. 오미화 듀오웨드 본부장은 "봄과 가을이면 웨딩홀마다 매월 서너 개씩 결혼식 펑크가 난다"며 "예약이 항상 꽉 차 있던 봄과 가을이 지난 뒤 '노쇼'를 빼고 계산해 보면 오히려 겨울철 결혼식 수보다 적은 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