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의 민간인을 겨냥한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무력 대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동맹국들의 전함 등이 속속 지중해 등 시리아 인근 해역으로 집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11일 오후(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차기 국무장관 지명자,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 등과 최종적인 군사 옵션을 검토하는 회의를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일에 걸쳐 포괄적인 공격을 원하지만, 미 국방부는 시리아 내 러시아군과 충돌을 피하자는 신중론을 펴고 있어 최종적인 타깃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해리 트루먼 핵 항모가 이끄는 전단(戰團)에 속한 미 구축함 도널드 쿠크함과 알레이버크함 등 각각 60기 이상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한 주요 전함이 이미 지중해 동부 해상에 진입했다. 트루먼 항모도 11일 미 동부 버지니아주의 노퍽항을 출항했다.

하지만 막상 군사 공격을 실행에 옮길 경우 러시아와 전면 충돌 가능성 때문에 트럼프가 부담을 느낀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오전 트위터에 "시리아에 언제 공격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아주 금방일 수도 있고, 전혀 그렇게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24~48시간 이내에 중대 결정을 할 것"이라 하고, 11일 "스마트한 미사일이 날아갈 것"이라고 경고한 것과는 다른 뉘앙스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12일 오후(현지 시각)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해 군사공격 동참을 결정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비롯한 영국 언론은 이미 영국의 잠수함 두 척이 시리아군의 미사일 사정거리 내인 지중해 동부에 있다고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프랑스 북동부에 있는 생디지에 공군기지에서 직접 라팔·미라주 전투기들을 발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이미 지중해 동부에 배치된 최신예 아키텐급 다목적 순양함은 1000㎞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도 시리아 목표물에 '불 세례'를 퍼부을 준비가 됐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에 100대가량의 전투기와 2000명의 병력을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와 충돌 및 확전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주요 거점에 최신예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했다. S-400은 동시에 80대의 미사일과 전투기를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미국이 공격하면 "요격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평상시 10여 척의 전함이 정박해 있는 시리아 타르투스의 러시아 해군기지에서는 11일 대부분의 전함이 출항해 항구가 거의 빈 상태인 것으로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 아사드 시리아 정권은 미국의 임박한 공습에 대비해 전군에 경계령을 내리고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군 비행장과 정예 4사단, 공화국수비대 기지 등 주요 군 시설을 비우고 전투기들을 자국 내 라타키아 러시아군 기지로 옮겼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가 11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