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개인 정보 유출 파문에 대한 사과의 뜻을 거듭 밝히면서도 규제 관련 질문에는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여 비난을 샀다. 저커버그는 그동안 언론 등에서 인터넷 기업 관련 규제에 대해 열린 입장을 보여왔다.

11일(현지 시각) 열린 미 하원 에너지 및 상업위원회 청문회는 전날 열린 상원 청문회와 달리 살벌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하원 의원들은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법적 규제’ 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며 저커버그를 곤란에 빠뜨렸다.

2018년 4월 11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미 하원 에너지 및 상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저커버그는 전날에 이어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나 사과의 말과 함께 청문회를 시작했다. 그는 “(정보유출 사태는) 나의 실수였고 사과드린다”며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무슨 일이 일어나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표정으로 질문에 응하던 저커버그는 하원들의 규제 관련 질문 공세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렉 월든 공화당 의원이 “페이스북이 너무 앞서갔거나, 너무 많은 규칙을 어긴 것이 아닌가 논의할 때가 됐다”며 규제 가능성에 대해 운을 띄웠다.

이에 저커버그는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답하면서도 “얼마나 옳은 규제를 하는가가 중요하다”며 질문의 취지를 비켜갔다. 그는 오히려 일부 규제들이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개인정보 수집을 위해 사전 동의를 구하는 규제안에 대해선 좀더 분명하게 반대의 입장을 드러냈다. 현재 최소 3명의 의원들이 인터넷 기업이 개인정보 수집 시 당사자의 사전 동의를 구하는 규제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용자들의 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도록 페이스북 기본 설정을 변경하는 규제와 관련한 질문에는 “이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 마디로 대답하기 어렵다”고 밝혀 의원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원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그동안 저커버그가 언론 인터뷰 등 대외적으로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파문 이후 저커버그는 CNN 인터뷰에서 “우리(인터넷 기업들)가 규제를 받지 않는 일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규제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2018년 4월 11일 미 하원 에너지 및 상업위원회 청문회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편, 이번 청문회를 통해 양당 의원들이 간만에 한 목소리로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래 전부터 인터넷 산업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의회가 이를 설득하는 데 늘 실패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의회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가치를 위반하거나 실리콘밸리의 인터넷 산업에 해를 끼치면서까지 규제를 밀어붙이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수십억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엄청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페이스북을 어떻게 규제해야 할 지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