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갱의 달콤한 유혹이 시작됐다. 팥으로 만들어 네모반듯한 옛날 양갱이 아니다. 맛과 모양, 이름과 공간까지 달라졌다. 다양하게 변신해 고르는 재미를 선사하는 요즘 양갱은 어르신뿐 아니라 새로운 맛을 찾는 10~20대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양갱 때문에 찾아가는 카페, 전문점도 늘고 있다. 치열한 디저트 시장에서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양갱. 그 매력을 발견할 만한 양갱 맛집을 찾았다.

양갱이 달라졌다. 새로운 맛과 모양, 이름, 공간으로 요즘 입맛 사로잡은 대세 디저트가 됐다. 16가지 다양한 맛과 예쁜 패키지로 인기 있는 서울 연희동 '금옥당'의 양갱.

사각 틀을 깨다

서울 연희동 금옥당(02-322-3378)에선 팥, 호두, 라즈베리, 밀크티 등 16가지 양갱 종류에 한 번, 재료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포장 박스에 두 번 놀란다. 양갱상점이란 간판을 내건 만큼 다양한 양갱에다 예쁜 디자인 덕에 지난해 11월 문 열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양갱만으로는 자신 없어 패키지에 힘을 줬다"는 김현우(47) 대표의 우스갯소리와 달리 정성 들여 만든 양갱은 달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입맛 사로잡는다.

16종류의 양갱은 100개 이상의 테스트를 거쳐 엄선됐다. 20~30대에겐 밀크티가, 50~60대는 팥·흑임자가 인기. 모던한 분위기의 매장에서 양갱 맛보는 손님도 많지만 선물용 포장이 훨씬 많다. 양갱 외에도 직접 쑤는 단팥죽과 구운 찹쌀떡도 찾는 사람 많다. 씁쓸한 쌍화차, 커피는 양갱과 잘 어울린다. 양갱 소(40g) 2000~3500원, 대(100g) 4500~8000원. 월·화 휴무, 오전 11시에서 오후 8시까지.

서울 한남동 막다른 골목에 자리잡은 오리앙떼(070-8098-5232). 오래된 철물점이 있던 반지하 공간이 지난달 카페로 변신했다. 철물점 벽과 바닥을 그대로 둔 채 세련된 인테리어를 더한 공간에서 '르큐브(le cube)'라는 이름의 디저트를 맛본다. 정육면체 모양 디저트의 정체는 양갱. 양갱 하면 떠오르는 선입견을 깨고 싶어 이름도 모양도 바꿨단다.

1 정사각형 모양에 '르큐브'라는 이름을 붙인 서울 한남동 카페 '오리앙떼'의 양갱. 2 도라지 진액으로 만든 서울 한남동 카페 '도라지17'의 도라지양갱. 3 '코리안 레트로 디저트'를 만드는 서울 망원동 '마가렡'의 양갱과 팥라떼. 4 색색의 동그란 모양이 이색적인 광주광역시 1913송정역시장 '갱소년'의 알양갱.

맛도 색도 다양하다. 통팥이 알알이 올려진 통팥, 망고 과육과 패션푸르츠의 까만 씨가 투명하게 보이는 노란색 패션푸르츠·망고, 초콜릿색 큐브 속에 초록색 그린티가 숨어 있는 그린티 스프레드·초콜릿, 유자와 무화과 과육이 투명하게 비치는 비취색 유자·무화과까지 총 4종류. 고급스러운 접시에 담겨 나온다. 피스타치오와 오트밀 우유로 만든 라테도 이색적이다. 르큐브 각 3800원. 연중무휴, 오전 11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양갱, 도라지를 만나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은은한 도라지 향이 코를 자극한다. 영국에서 가져온 빈티지 가구와 분수, 이국적인 벽지가 인상적인 카페와 도라지의 조합이 색다르다. 서울 한남동 도라지17(070-4129-1717)에선 커피와 함께 자연스레 도라지정과나 도라지양갱을 주문하는 손님들의 오묘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정과는 폐백에 사용한 고급 한과다. "어머니가 집에서 만드시던 레시피를 연구해 저만의 레시피를 만들었어요. 맛도 좋지만 몸에 좋은 우리 음식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어요." 서상호(35) 대표는 3년 이상 된 국내산 도라지를 17일 이상 한약재와 꿀에 절여 정과를 만든다. 도라지 진액으로 만드는 도라지양갱도 찾는 사람이 많다. 도라지양갱은 도라지, 양갱이 낯선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만큼 맛이 은은하고 부드럽다. 도라지양갱 5000원, 도라지정과 2만1000원, 도라지차 7000원.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일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까지.

서울 망원동 마가렡(인스타그램@mrs.magaret)은 1970~80년대 인기 간식이었던 양갱을 '코리안 레트로 디저트'라는 이름으로 부활시켰다. 엄마의 찬장을 재현했다는 김지원 대표의 말대로 옛날 그릇 가득한 선반과 오래된 조명, 낡은 테이블까지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하다.

단맛은 줄이고 부드럽게 만들어 요즘 입맛도 사로잡았다. 가게를 찾는 손님 중엔 20~30대 여성이 제일 많다. 양갱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부모님 선물용으로 많이들 사간단다. 한강 나들이 가는 길에 간식으로 챙기는 사람도 많다. 젤리처럼 손에 잡고 먹기 편한 크기로 만들어 아이들도 먹기 좋다. 호두가 박힌 팥양갱, 단호박양갱, 흑임자양갱, 봄 메뉴인 유자양갱 4종류가 있다. 직접 만든 앙금에 우유를 넣어 만든 팥라테도 인기. 얼려뒀다 셰이크처럼 먹기 좋다. 양갱 3000원, 팥라떼 5500원. 목~토요일 오후 1시에서 7시.

한라봉, 크림치즈… 무한변신

한라봉으로 만들어 새콤달콤하면서 부드러운 한라봉양갱. 한라봉 모양이라 더욱 인기다.

동글동글 색색의 양갱이 독특하다. 광주광역시 1913송정역시장을 찾는 사람이라면 참새방앗간처럼 들러 맛본다는 갱소년(062-942-1913)의 '알양갱'이다. 한입에 쏙 들어오는 동그란 모양만큼 딸기, 블루베리, 파인애플, 키위, 망고, 크림치즈, 녹차, 호두 등 총 8가지 다양한 맛과 색도 새롭다. "오래된 시장에 문을 여는 만큼 남녀노소 좋아하는 양갱을 만들되 기존의 양갱과는 모양과 맛이 다른 메뉴를 만들려고 했어요." 곽경욱(35)·선지혜(30) 부부는 달지 않으면서도 과일 맛 나는 동그란 양갱을 만들었다. 부드러운 식감과 비주얼 덕에 아장아장 걷는 아기부터 사진 찍기 좋아하는 20대 커플, 60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양갱롤케이크과 양갱요거트 등 색다른 메뉴도 만날 수 있다. 알양갱(8개) 4800원, 양갱롤케이크 3300원. 연중무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한라봉을 쏙 빼닮은 양갱은 입보다 눈으로 먼저 먹는다. '한라봉양갱'은 제주 서귀포 덕수리 카페앤드(064-794-8887)에서 만든다. 최효은씨가 만든 한라봉양갱은 한라봉 껍질까지 통째로 넣어 식감이 살아 있다. 새콤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에 반한 사람 많다.

"모양이 예뻐서 찾아왔는데 맛이 좋아 양갱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어요. 제주 여행 기념으로 부모님 사다 드리려고요." 대학생 이연지(21)씨가 웃으며 말했다. 한라봉양갱은 지난해부터 '효은양갱'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다. 아메리카노나 꽃차와 궁합이 좋다. 한라봉양갱 6000원. 연중무휴,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