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8시 11분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 상공에서 13명이 탄 열기구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열기구 조종사 김종국(55)씨가 숨졌다. 탑승객 12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제주소방본부에 따르면 오름열기구투어 소속인 이 열기구는 이날 물영아리 오름에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했다. 열기구는 “쿵” 소리가 날 정도로 여러 차례 땅에 부딪혔다고 한다. 열기구는 추락한 이후 200m 가량을 강풍에 쓸려가다가 나무에 부딪혔다. 경찰 관계자는 “열기구는 강한 바람으로 인해 목적지에 착륙하지 못하다가, 이후 물영아리 오름에 2차 착륙을 시도하던 중 돌풍 때문에 추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탑승자 대부분이 바깥으로 튕겼지만, 조종사 김씨는 마지막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있다가 머리를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귀포의료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열기구협회 관계자는 “김씨가 조종간을 놓았다면 가스밸브에서 가스가 누출돼 폭발사고가 났을 수 있다”며 “열기구가 바람에 휩쓸려 더 큰 참사가 벌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28년 경력의 열기구 조종사로, 케냐 국립공원·캐나다 위니펙 등지에서 열기구를 조종한 경험이 있다. 울산 현대중공업 공장의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그는 직장을 퇴사하고, 열기구 전문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김문태 한국열기구협회장은 김씨에 대해 “항공스포츠를 처음 시작한 뒤로 한번도 다른 길을 쳐다본 적 없을 정도로 열기구를 사랑했던 사람”이라며 “국내외 선후배들에게 인정받았던 좋은 조종사”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열기구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열기구 안전 문제에 대해 총체적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