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회원들에게 돈을 받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사업 모델을 유지합니까."(오린 해치 의원)

"상원의원님. 저희는 광고를 하지 않습니까."(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아, 그렇군요."(오린 해치)

"(페이스북에서) 내 개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권한을 줄 용의가 있나요?"(존 케네디 의원)

"의원님은 이미 어떤 정보든 원하면 모두 삭제할 수 있습니다."(마크 저커버그)

10일(현지 시각) 고객 개인 정보 유출 파문에 휘말린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의 청문회는 IT 분야 지식이 부족한 몇몇 의원들의 겉도는 질문 공격을 저커버그의 겸손하면서도 단호한 답변이 충분하게 방어하는 형국이었다.

33세 억만장자 저커버그, 5시간 의회 청문회 - 10일(현지 시각) 마크 저커버그(가운데) 페이스북 CEO가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을 취재진이 카메라에 담고 있다. 상원의원 100명 중 44명이 출동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5시간 동안 진행된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이 해를 끼치는 데 사용되는 것을 충분히 막지 못했다”며 “정보 유출은 명백한 실수이며, 사과한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는 지난달 페이스북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수집된 8700만명 고객 정보가 데이터 분석회사에 넘어가 정치 선전에 활용됐다는 의혹, 러시아가 페이스북을 통해 허위 정보를 흘리는 방식으로 지난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스캔들 때문에 열렸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 CEO를 상대로 한 미국 상원 법사·상무위원회 합동 청문회 전 과정을 주요 방송사는 다섯 시간 이상 생중계했다.

질문은 예상보다 무뎠다. 빌 넬슨(민주·플로리다) 의원은 "당신은 순수하고 진정하다. 옳은 일을 하길 원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론 블런트(공화·미주리) 의원은 "열세살 우리 아들이 (페이스북 자회사)인스타그램에 빠져 있는데 내가 당신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을 언급해 주길 바랄 것"이라고 했다.

기죽지 않으려… 10㎝ 방석 깔았나 - 미 상원 청문회장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의자 위로 10㎝가 넘는 검은 쿠션이 보인다. 저커버그가 ‘기죽지 않으려 일부러 깔았다’는 추측이 나왔다.

"어젯밤에 어디서 잤는지 호텔 이름을 우리와 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가" 묻는 리처드 더빈 미 상원의원(민주당, 일리노이)의 질문에서야 저커버그는 몇 초간 머뭇거렸다. 그러곤 "아니요"라고 했다. 장내에는 웃음이 터졌다. 질문이 이어졌다. "이번 주에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군지 여기서 공유해 줄 수 있습니까." 저커버그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일단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명백한 실수다. 내가 페이스북 경영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이 내게 있다"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그는 "기숙사 방에서 시작한 페이스북이 이 정도 규모로 커지면서 실수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라며 기술적인 변명을 하기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 앱에 대한 실태 조사, '혐오' 게시물 제거용 인공지능 기술 개발 등 대책을 제시하면서 "게시물의 '뉘앙스'까지 판단해 가려낼 수 있는 인공지능은 5~10년 내에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의 허위 정보에 맞서는 싸움은 일종의 군비경쟁(arms race)"이라며 "능력을 더욱 개발하고 있는 저들에 맞서 우리도 더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5시간 동안 이어지는 질문 세례에 간혹 더듬거리거나 당혹스러워하기도 했지만 단호한 말투와 진지한 표정으로 무난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두 달 동안 20% 이상 하락했던 페이스북 주가는 이날 저커버그의 '선전'에 힘입어 최근 2년 동안 하루 상승폭으로는 최대인 4.5%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청문회장은 일반적으로 승리자가 없지만, 저커버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얘기였다"고 평가했다.

청문회 내용보다 저커버그의 옷차림이 더 화제가 됐다. 언제나 후드티에 청바지 캐주얼을 고집해 온 그가 옅은 검은색 정장에 페이스북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것이 가장 큰 화젯거리였다.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정장 차림을 '아임 소리 슈트(I'm sorry suit)'라고 표현했다. NYT는 그 옷차림을 '이단아', '규칙 파괴자' 이미지를 깨고 '의회와 사회 규범 존중', '성숙한 기업인'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선택이라고 해석했다.

그가 어린이들 의자에나 놓을 법한 10㎝가 넘는 높이의 검은색 부스터(쿠션)를 깔고 앉은 모습도 화제였다. 키가 170㎝ 정도인 저커버그가 "의회에서 기죽지 않으려고 힘겨운 노력을 한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저커버그가 두 페이지짜리 '답변 자료'를 탁자에 펴 놓고 있는 장면이 AP통신 사진기자에게 찍힌 것도 화제가 됐다. CNBC는 "답변 내용의 상당 부분이 답변 자료의 고딕 글자들과 일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