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시민광장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자 광장 내 세월호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 광장 계획이 발표되고 검찰 조사로 '세월호 7시간' 의문까지 풀린 만큼 이제는 광장을 시민 품으로 돌려줄 때라는 것이다. 한때 전국 30여 개였던 세월호 분향소는 이제 광화문 한 곳에만 남았다. 안산시와 경기도청·경기교육청은 오는 16일 세월호 4주기 합동 영결식을 끝으로 분향소를 철거한다. 대신 경기도 안산에 세월호 추모공원 설립이 추진된다.
◇시민들 "이젠 광장을 시민 품으로"
11일 낮 방문한 세월호 천막에는 시민이 없었다. 지도를 펼쳐든 외국인 관광객 서너 명만 발길을 멈추고 구경했다. '진실 마중대' 팻말이 걸린 서명운동 부스는 비어 있었다. '세월호 광장 상황실' 천막엔 후원함과 서명을 받는 종이만 놓여있었다. 지키는 사람도 방문객도 없었다. '4·16 전시관' 천막에는 관람객은 보이지 않고 세월호 유가족의 연설 영상만 흘러나왔다. 노란색 세월호 리본을 만드는 '노란 리본 공작소' 천막에만 시민활동가 두 명이 앉아있었다.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은 모두 14개다. 2014년 7월 세월호 유가족은 정부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3개의 천막을 세우고 투쟁에 들어갔다. 이 천막들은 불법이다. 이후 서울시는 "폭염으로 유가족 건강이 나빠질까 우려된다"며 그늘막과 의료진 대기실 등 용도로 천막 11개를 추가로 세워줬다. 지금은 유가족이 14개 천막을 추모 공간 등으로 쓴다. 세월호 유족들은 지난 3년간 천막 3개가 광장을 불법 점거한 데 대한 변상금 1365만원을 서울시에 내면서 버티고 있다. 서울시는 "강제 철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4년째 세워져 있는 천막을 두고 많은 시민은 "이제는 개인적 차원에서 애도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세월호 천막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은 지난해 서울시에 200여 건 접수됐다. 시민 임모(64)씨는 "광화문광장이 시위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게 맞지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모(76)씨는 "진상 조사도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으냐"고 했다.
지난 4년간 참사 진상 규명과 유해 수습에 전력이 투입됐다. 참사 205일 만에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 보상과 진상 규명에 나섰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1기가 구성돼 1년 6개월간 청문회를 3번 열었다. 증인 107명이 출석했다. 2015년 대법원은 선원 15명에게 징역 1년 6개월에서 무기징역에 이르는 중형을 내렸다. 판결문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이 드러났다. 그사이 세월호 선체도 인양됐다.
미수습자 유해를 찾기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선내를 대대적으로 수색했다. 유해로 추정되는 뼛조각을 수습했지만 동물 뼈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의문도 풀었다. 시간대별 박 전 대통령의 동선이 공개됐다.
◇유가족 "아직도 진상 규명 덜 돼"
유가족들은 "여전히 멀었다"고 주장한다. 박종대 전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진상규명분과장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여당 의원들이 1기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과 참사 당일 구조하지 않은 해경과 해수부 관련자에 대한 처벌 등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2기 세월호 특조위가 지난달 활동을 시작했다.
일부 시민도 "진상 규명이 더 필요하다"며 존치를 주장한다. 이날 광장을 지나던 시민 김모(22)씨는 "천막이 없어지면 세월호 참사의 교훈도 잊힐 것 같다"고 했다. 유가족은 광화문광장에 새로운 세월호 추모 공간을 조성해달라고 시에 요구하고 있다.
이날 만난 유경근 4·16가족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지금 천막보다 규모를 줄이되 시민들이 자유롭게 와서 차를 마시거나 추모를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조성하기로 서울시와 합의했는데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