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수학과 학생들이 “엠티(MT)에서 ‘노예팅’이 벌어졌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노예팅이란 임의로 ‘노예’를 뽑은 뒤 경매에서 사고 파는 일종의 게임이다.
지난 9일 한국외대 익명게시판(대나무숲)에는 “ㅅㅎㄱ(수학과) 엠티를 가면 노예팅이라는 것을 한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노예로 뽑힌 사람은 (돈을 지불한 사람이) 시키는 대로 다 해줘야 한다”며 “예전부터 해온 것이기도 하고, 선배들이 하니까 후배가 거절할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예팅에는 ‘경매 시스템’이 적용된다. 특정 학생이 노예로 선정된 경우, 매수(買收)를 원하는 사람들끼리 경매를 진행한다. 가장 높은 값을 부르는 사람은 노예를 옆에 앉힌 뒤, 원하는 것을 시킬 수 있다. 술을 따르게 한다거나, 노예에게 강제로 음주를 강요하는 식이다.
노예팅으로 번 돈은 절반은 학과 회비로, 절반은 노예에게 돌아간다. 캠퍼스 커플이라면 남자친구가 금액을 높여도 선배들이 금액을 올리는 방식으로 ‘몸값’을 올린다.
또 다른 익명 게시판에도 외대의 노예팅을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 피해자들은 “신입생 때 당했는데 업소에서 일하는 기분이 들어서 울고불고했더니 선배들이 사과했다”, “노예팅·경매팅으로 산 후배를 데리고 ‘19금’ 귓속말 게임을 해서 어이가 없었다”고 썼다.
논란이 커지자, 수학과 학생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친구들이 흑기사를 구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최대한 동성(同姓)끼리 (주인·노예로)연결되게 유도한 데다 약간의 음주 외에는 강제성이 전혀 없었다”고 공지했지만, 비판은 여전하다. 옆자리에 앉히고 손도 묶어놓았고, 일면식도 없는 이성 선배랑 같이 앉은 경우도 있었는데 무슨 소리냐는 것이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추가로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사과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2018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수학과 학생회장을 맡은 15학번 조OO입니다.
현재 익명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연합MT에서 진행한 '경매팅'에 대해서
설명과 사과를 드리고자 합니다.
1. 전반적인 상황
'경매팅'은 엠티 간 술자리에서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 일종의 흑기사를 구하여 술자리를 즐길 수 있게 한 것에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엠티 참가한 학생들에게 누가 흑기사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지를 조사하여, 선정된 인원들의 간단한 자기소개와 장기자랑을 진행하고 흑기사가 필요한 친구들이 금액을 불러 연결되면 같은 조원이 아니어도 그 학생과 옆자리에서 술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였습니다.
2. 성관련 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성관련 사고에 대해 우려를 표현해주셨습니다. 저희 집행부도 엠티 기획 중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우려했고 진행에서 집행부가 최대한 동성-동기끼리 연결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하였습니다. 실제로 과CC인 학우를 제외하고 이성간 연결된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이성간 연결된 경우는 유독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재학생 남학생끼리 연결되었습니다. 다만, 익명 게시글 중 '주인이 시키는 것을 뭐든지 해야 한다'라고 표현하셨는데 약간의 음주를 도와주는 것 말고는 절대 다른 행동에 대한 강제성은 없었습니다. 혹여 라도 음주에 힘들어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우 집행부가 바로 해당 학우들에 대한 연결을 중지시켰습니다.
많은 분들이 달아주신 의견 모두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항상 학생들의 시선에서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 과회장으로서 십 수년 간의 전통이라는 명목아래 학우들에게 인격적으로 모독이 될 수 있는, 악습이라 표현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한 것에 대하여 뒤늦게나마 반성하고 있으며 용기 내어 문제제기를 해준 학우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경매팅'에 참가하여 불편함과 수치심을 느꼈을 학우들에게는 일일이 연락하여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였습니다. 또한 거두었던 돈도 다시 돌려주는 과정에 있습니다.
앞으로 ‘경매팅’이 없어지는 것에 대하여 약속 드리겠습니다. 또한 앞으로 진행 될 모든 학과 행사에서 전통이라는 이름아래 시행되고 있는 악습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여 신중한 태도로 행사를 진행하도록 노력하도록 약속하겠습니다. 이번 일로 실망하신 모둔 수학과 학우님들과 학교 전체 학우님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며, 좀 더 성숙하게 학과를 이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