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연출 PD가 작품을 소개하고 등장인물을 떠올리며 울컥했다. 기자간담회에서 흔히 보기 힘든 풍경이다. 그 어려운 걸(?) tvN '나의 아저씨' 김원석 감독이 해냈다.

11일, 서울 영등포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나의 아저씨'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첫 방송 전 마련하지 못했던 터라 7회를 앞두고 특별하게 꾸렸다. 주연배우 이선균, 이지은, 박호산, 송새벽은 캐릭터 모습 그대로 스타일링 하고 나와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김원석 감독이었다. '미생', '시그널'의 연출자로 '믿고 보는' 타이틀을 얻은 그이지만 이번 작품은 시작 전 잡음이 많았다. 이에 김원석 감독은 허심탄회하게 대답했고 무엇보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자랑했다.

"오해 많이 풀렸다던데"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형제 상훈 동훈 기훈과 거칠게 살아온 여자 지안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표방한다. 하지만 제목이 주는 뉘앙스와 인물 관계 설정에 시작 전 문제가 됐다.

김원석 감독은 "제목에 대해 초반에 있었던 오해는 많이 풀린 것 같다. 왜 '나의 아저씨'라고 하는지 알겠다는 반응이 있더라. 이성적인 의미도 있지만 '나의 이웃', '나의 엄마'처럼 소중한 사람이 됐다는 의미도 있다. 우리 드라마는 안 어울리는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이 된다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아저씨'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에 관해서는 "그게 생긴 지 얼마 안 됐다. 그게 우리 작품의 기획의도가 될 수도 있다. 몇 년 전에는 원빈처럼 무술도 능력도 뛰어난 아저씨가 영화 제목으로 쓰이지 않았나. 문제 없는 단어였는데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수많은 아저씨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나쁜 말이 아니었는데 안 좋은 의미가 연상 될 수록 이 드라마가 의미 있을 거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나의 아저씨'는 따뜻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무게감 있는 소재와 화면 구성 및 연출로 호불호 평가를 얻고 있다. 먹먹한 현실과 캐릭터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에 공감한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너무 무겁고 자극적인 설정이 불편하다는 시청자들도 많다. 그래서 시청률은 3~4%대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

김원석 감독은 "저는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만들고 있다. 제가 생각하는 코미디의 핵심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이다. 현실이 어둡고 우울한 건 사실인데 그 안에 있는 웃음을 얘기하고 싶었다. 더 기대해 달라"고 힘줘 말했다.

특히 그는 "차갑고 우울한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따뜻하다는 반응이 제일 좋았다"며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던 중 울컥해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제 드라마가 어둡고 우울하기만 한 건 아니다. 제가 기본적으로 그런 작품을 못 본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코미디라고 생각하며 만들고 있다. 방송 말미 따뜻해졌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덧붙여 출연진의 공감을 샀다.

"이지은 최고"

이지안을 연기하는 이지은은 가수로서 로리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래서 '나의 아저씨'를 택하기에 망설였다고. 하지만 김원석 감독은 그를 믿었고 "이지은이 생각하는 이지안보다 내가 생각하는 이지안의 모습이 항상 더 부족하다"고 칭찬했다.

캐스팅 비화를 떠올리며 또다시 울컥한 그는 "지은이 걱정 많았다"며 배우에 대한 애정을 자랑했다. "제가 이런 이런 일이 있었는데 드라마는 하고 싶지만 괜찮냐고 묻더라. 그래서 내가 무슨 얘기를 해줬다. 이건 드라마가 끝나면 밝히겠다. 아무튼 걱정 말라고 했다. 본인의 과거 논란이 부각 되니 안타깝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나의 아저씨'는 초반 오해를 딛고 중반부를 향해 힘차게 내달리고 있다. 추운 겨울에서 봄이 왔듯 드라마 분위기와 인물들 사이 관계에도 꽃이 필 예정이다. "갈수록 더 재밌을 것"이라고 김원석 감독이 자신한 이유다. 그의 바람처럼 '나의 아저씨'가 결국엔 따뜻한 드라마로 기억될지 궁금해진다. 매주 수목요일 오후 9시 반 방송. /comet568@osen.co.kr

[사진] 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