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북 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골초로 알려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면전에서 금연을 권유했다고 일본 아사히 신문이 8일 보도했다.

아사히가 남북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금연 발언은 지난달 5일 김정은과 대북 특사단의 만찬 자리에서 나왔다. 정 실장이 김정은에게 "담배는 몸에 좋지 않으니 끊으시는 게 어떠냐"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배석했던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표정이 얼어붙었다고 한다. 북한에선 신격화된 수령에 대한 조언·훈계가 '최고 존엄 모독'으로 간주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5일 대북 특사단과 만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부인 리설주, 김정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하지만 정 실장의 말에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늘 담배를 끊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지만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서 손뼉을 치고 좋아했고 김정은도 웃었다고 한다. 자칫 어색해질 뻔했던 분위기가 겨우 누그러졌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앞서 리설주가 당시 김정은을 '제 남편'이라고 불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흡연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정은은 현지 지도 때마다 불붙은 담배를 손에 든 채 각종 지시를 내리고, 병원과 각급 학교·유치원 시찰 때도 실내에서 담배를 피웠다. 또 김정은이 앉아 있는 곳엔 반드시 재떨이가 비치돼 있다. 모두 북한 관영 매체를 통해 확인된 장면들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일도 골초였지만, 관영 매체 보도에선 흡연 장면을 편집하거나 지웠다"며 "반면 김정은은 이를 드러내는 데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