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0·SK)은 역동적인 투구폼이 트레이드 마크다. 시원시원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는 김광현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그런데 김광현이 투구폼 교정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전체적인 큰 틀을 바꾸는 작업은 아니다. 기존의 전반적인 폼은 유지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중요한 차이가 있다. 중심이동과 관련된 부분이다. 김광현은 “투구를 한 뒤 몸이 다시 뒤로 당겨지는 듯한 경향이 있었다. 이를 앞으로 더 끌고 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던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레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 지난해 수술을 받기 전 이미 손혁 투수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상의를 마쳤다. 재활 기간 중에는 폼을 교정하기 어려웠고, 공을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부터 새로운 폼을 연습 중이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전 폼으로 10년 이상을 던졌다. 아직 관성이 몸에 남아있다. 김광현도 지난 3월 25일 시즌 첫 등판(5이닝 무실점 승리) 이후 “너무 긴장을 해서 폼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손혁 코치도 “그래도 교정 직후보다는 괜찮다”면서도 “더 세게 던지려고 하면 예전의 모습이 나온다. 습관은 있다. 한 번에 되지는 않을 것”고 분석했다.
앞으로를 생각하면 반드시 필요한 과업이기도 하다. 두 가지 달콤한 과실이 기다린다. 포수 쪽으로 최대한 중심을 이동해 던지면 자연스레 제구도 좋아지고, 전달력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같은 구속이라고 하더라도 공 끝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두 번째는 롱런을 위한 승부수다. 김광현은 어깨와 팔꿈치 부상을 모두 경험했다. 지나치게 역동적인 폼이 몸에 무리를 준다는 소수 의견은 항상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20대의 몸이 아니다. 재활 및 수술 경력이 있는 신체의 능력은 알게 모르게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손 코치는 “현재 폼으로 던지면 각도상 팔꿈치와 어깨 쪽에 걸리는 부하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현이 투구폼 교정을 받아들인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광현은 던지면서 느끼고 있다. 이것도 천부적인 재능이라는 게 주위의 평가다. 워낙 감각이 좋고 성실한 선수라 언젠가는 새로운 투구폼을 정복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여기에 바뀐 폼으로도 충분히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음을 선수 스스로가 느꼈다. 이제 남은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새로운 폼으로 결과를 내는 것이다.
손 코치는 “안 맞는 것이 중요하다. 자꾸 맞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돌아가려 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결과가 따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결과는 확신을 낳는다. 확신은 변화의 정착으로 이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이 허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김광현은 8일 인천 삼성전에 등판해 또 한 번의 테스트를 거친다. 개막전 이후 김광현은 “첫 3경기는 재활등판의 연장선상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돌려 말하면 투구폼 교정에 대한 첫 중간 평가도 이번 경기가 끝난 뒤 내릴 수 있을 전망이다. 건강한 팔꿈치와 변화의 성과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본 김광현의 첫 발걸음이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