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스캔들로 퇴진한 제이콥 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6일 법정에 섰다. 주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부패·불법거래·돈세탁·사기 등 16건의 혐의로 소환장을 받고 정식 수감됐다.

그동안 혐의를 부인해 온 주마 전 대통령은 이날 더반 고등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더반 고등법원은 이날 재판을 오는 6월8일까지 연기했다.

제이콥 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018년 4월 6일 더반 고등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주마 전 대통령은 부대통령으로 재임하던 1999년 남아공 정부가 25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무기제조업체 ‘탈레스’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앞서 2007년 기소된 바 있으나, 검찰은 그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직전인 2009년 4월 이를 철회했다.

주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대표직에서 밀려난 뒤 여당의 사퇴 압력을 받다가 올해 2월14일 사임을 발표했다. 무기거래와 관련된 뇌물수수 등 783건에 달하는 비리 혐의를 받고, 계속된 경기 침체로 인해 국민의 불만을 산 것이 이유였다.

다만 ‘불사조’로 불리던 그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은 모습이다. 주마 전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후 8차례나 불신임 투표를 겪었다.

가디언 등은 이날 수천 명에 달하는 지지자들이 법원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주마 전 대통령이 출석하기 전부터 ‘주마에게서 손 떼라’, ‘주마를 100% 지지한다’ 등의 플래카드와 함께 그를 위한 기도문을 올렸으며, 이 중 일부는 법원으로 향하는 그를 향해 엄지를 치켜올리기도 했다.

제이콥 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018년 4월 6일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주마 전 대통령은 이날 법원에서 나와 지지자들에게 “나는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로 박해받고 있다”며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앞서 1일에도 부활절 예배에 참석해 “모든 사람들은 자유롭지만 난 그렇지 못하다”며 ANC를 겨냥해 “그들은 여전히 날 뒤쫓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주마 전 대통령의 재판이 일종의 시험대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재판을 통해 ANC 내부 급진파들의 지지를 더 얻어낸다면 그가 이를 이용해 재기를 도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리차드 캘런드 케이프타운대학 부교수는 “만일 주마 전 대통령이 그의 지지자들을 선동한다면 이는 그가 ANC의 관심사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ANC 내 주마 전 대통령의 영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뉴욕타임스는 “주마 전 대통령은 특히 그의 고향이자 ANC 지지자가 가장 많은 콰줄루나탈주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ANC는 그를 완전히 버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