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2시, 스모(相撲) 경기가 열린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시 문화공원체육관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했다. 식전 인사를 위해 ‘도효(土俵·스모 씨름판)’ 위에 오른 다타미 료조 마이즈루 시장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도효란 스모 선수들이 실제 경기하는 지름 4.55의 원형 모래판을 말한다.

놀란 관계자들이 웅성거리던 때, 한 여성 관객이 도효 위로 올라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러자 장내에 “여성분은 도효에서 내려와 주시기 바랍니다. 남성분이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방송은 수차례 반복됐다. 도효는 ‘금녀(禁女)의 구역’이라는 전통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결국 뒤이어 도착한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일본 스모계는 여성의 도효 출입을 엄격히 제한한다. ‘스모가 시작된 후 1500년간 도효엔 여성이 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도효 위에서 열리는 선수의 은퇴식에도 아들만 참여할 수 있다. 딸은 꽃다발조차 도효 아래에서 전달해야 한다. 2000년엔 여성인 오타 후사에(太田房江) 오사카부 지사가 “도효 위에서 우승자에게 시상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거절했다.

일본 스모계는 전통 고수를 매우 강조한다. ‘여성 출입 금지’ 외에도 엄격한 규칙이 많다. 스모 선수들은 공식 석상에서 반드시 기모노를 입어야 한다. 현역일 때에는 운전도 할 수 없다. 또 선수가 부상하는 등 불운한 일이 생기면 도효에 소금을 뿌리는 전통도 유명하다. 다타미 마이즈루 시장의 사고 이후에도 스모협회는 경기장에 대량의 소금을 뿌렸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여성에게 “내려가라”고 한 현장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일본스모협회엔 “인명구조보다 ‘여성 금지 전통’을 중요시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이날 밤 협회는 “사람 목숨이 달린 상황에 부적절한 대응이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타미 시장은 의식을 회복했지만 뇌졸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