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 3조원을 들여 도입하는 아동수당에 대해 부모 70% 가까이가 출산 결정이나 계획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0~5세 자녀를 둔 가구 중 소득 하위 90% 가구에 월 10만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4일 공개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아동수당 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만 0~2세 자녀를 둔 부모 1021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월 10만원 아동수당에 대해 69.3%가 '자녀 출산 결정이나 계획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30.7%에 그쳤다. '아동수당 도입으로 자녀 양육 부담이 줄어들 것이냐'는 질문에도 절반 이상(56.6%)이 '영향이 없다'고 했다.

소득이나 자녀 수에 관계없이 아이 1명당 10만원씩 지급하는 방식에 대해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첫째보다 둘째, 둘째보다 셋째 자녀에게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냐'는 질문에 76.9%가 그렇다고 했다. 또 절반 이상(59.2%)은 소득 수준에 따라 금액을 다르게 줘야 한다고 했다.

고제이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 비해 아동 관련 지출이 턱없이 적은 상황에서 아동수당을 도입하는 건 필요하다"면서 "다만 단기적으로도 출산 장려 효과를 내려면 자녀 수에 따른 차등 지급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동수당에 대해 수혜 층마저도 시큰둥한 까닭은 10만원이라는 금액이 확 와 닿을 정도로 크지 않고, 자녀 수가 많다고 추가로 혜택을 보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충북 청주에 사는 양모(32)씨는 최근 셋째 자녀를 낳고 고민이 많다. 당장 집이 넷이 살기에도 빠듯한데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해야 할 상황이다. 현재 맞벌이 중인 부부는 "아이 둘까지는 어떻게 했지만, 셋째도 있는데 계속 맞벌이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씨는 "앞으로 매달 10만원씩 받으면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이걸 준다고 아이를 더 낳을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최소한 다자녀 가구에는 더 팍팍 지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OECD 회원국 대다수는 자녀 수에 따라 아동수당 금액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스웨덴은 아이 한 명일 땐 1050크로나(약 14만2000원)이지만 둘째일 땐 1200크로나(약 16만2000원)이다. 자녀 수가 많아질수록 아동수당 금액도 커져 여섯째한테는 월 5290크로나(약 71만5000원)를 준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재량으로 현금 대신 전통시장 상품권 등으로 아동수당을 줄 수 있다고 결정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있다. 가뜩이나 적은 금액인데 사용처까지 제한하면 정책 효과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